[최종덕의우리건축톺아보기] 철근콘크리트를 위한 변명
현대 건축물의 가장 기본 재료
눈앞 이익 좇는 사람들 때문에
한순간에 부실공사 대명사로
얼마 전 유명 건설회사에서 짓던 아파트 기둥에 철근이 대량으로 빠져 재시공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어떤 아파트는 설계 단계에서 부주의로 철근을 적게 배치하고 시공 단계에서는 철근을 빼먹어 공사 중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고도 했다. 철근이 없는 ‘순살아파트’란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사람들은 불안하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할 것 없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이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산다. ‘혹시 우리 아파트도…’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철근콘크리트는 현대 건축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재료다. 철근콘크리트 없는 건축은 생각하기 어렵다. 목재로 집을 지을 때도 기초는 철근콘크리트인 경우가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료적인 측면에서 콘크리트와 철근은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철은 강한 물질이지만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녹슬기 쉽다. 그러나 철은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녹슬지 않는데 콘크리트가 알칼리성이니 콘크리트 속 철근은 녹슬 일이 없다. 이와 더불어 콘크리트와 철은 온도 변화에 따른 신축률이 똑같아 마치 하나의 재료처럼 반응해 이질 재료가 함께하면 나타나기 쉬운 ‘거부반응’이 없다. 또 거푸집을 짜서 원하는 크기와 모양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어 사용하기 편하다. 이쯤 되면 가히 ‘꿈의 건축재료’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우리에게 철근콘크리트는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의 모토가 된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1966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전쟁 때 불탄 광화문을 복원할 때,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전통 목조로 계획했으나 서울시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주장했고 대통령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1968년 광화문 복원 준공식에서 대통령은 광화문에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한 것을 칭찬하며 “앞으로 문화재 복원은 철근콘크리트로 하여 천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할 정도였다.
그의 철근콘크리트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969년 불국사 복원 때 대통령은 세심하게도 불국사를 철근콘크리트로 복원하라고 지시했다. 초대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지낸 김정기 박사는 이 곤혹스러운 대통령의 지시를 일본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가까스로 거두게 했다. 일본은 제2차 대전 때 불탄 오사카 소재 사찰 시텐노지(四天王寺)를 전쟁 후 철근콘크리트로 복원했다. 시텐노지 복원설계를 맡았던 일본 전문가는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불국사 복원을 말렸다. 철근콘크리트는 목재에 비해 질감이 조악하고 긴 회랑 부분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철근콘크리트의 문제점은 품질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는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고 그 속에 철근을 배근한 후 콘크리트를 부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거푸집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다. 철근은 콘크리트가 감당할 수 없는 당기는 힘을 도맡아야 하기에 당기는 힘이 발생하는 곳에 필요한 양을 정확히 배치해야 한다. 철근의 위치와 양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시공 현장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칫 부실공사로 추락하기 쉽다.
20세기 현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건축 5원칙(필로티, 옥상정원, 자유로운 평면, 수평 연속 창, 자유로운 입면)을 제시했는데, 이는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 후 수많은 건축가가 철근콘크리트로 집을 지었고 철근콘크리트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처럼 널리 사랑받는 철근콘크리트가 부실공사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철근콘크리트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을 노릇이다. 철근콘크리트는 죄가 없다. 단지, 눈앞의 이익과 눈속임에 능한 대한민국의 현실에 책임이 있을 뿐이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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