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돌아오는 우연
2023. 8. 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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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커피숍,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우연을 빌려 만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우연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사는 내내 나는 아득한 '인연'보다 '우연'을 신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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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빈
오래된 커피숍에는
빛과 먼지가 많다
죽은 꽃나무도 있고
꽃나무의 영혼도 있다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우연의
왼쪽 귀를 본다
셔츠 깃처럼 가지런히
접혀 있다
우리는 이번 생이 지루해진
시간 여행자이거나
연인일지도 모른다
(하략)
빛과 먼지가 많다
죽은 꽃나무도 있고
꽃나무의 영혼도 있다
창가 자리에 마주 앉아
우연의
왼쪽 귀를 본다
셔츠 깃처럼 가지런히
접혀 있다
우리는 이번 생이 지루해진
시간 여행자이거나
연인일지도 모른다
(하략)
오래된 커피숍,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린다. 한때의 연인일 수도, 아닐 수도. 이 사이 흐르는 긴장감이 얼마나 팽팽한지 빛과 먼지, 그리고 죽은 꽃나무의 영혼까지 감지할 정도다. 우연을 빌려 만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괜한 허공만 더듬는 게 아닐까. 그러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어정쩡 일어나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고 말겠지만….
우연에 기대지 않을 수 없다. 사는 내내 나는 아득한 ‘인연’보다 ‘우연’을 신뢰해 왔다. 우연이 선사하는 뜻밖의 에너지를. 생이 지루하거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어떤 날, 불쑥 나타나 안부를 묻는 우연. 헤어지고 헤어져도 우연만은 다시 돌아온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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