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굿바이 새만금" 마지막 밤…웃으며 뜨겁게 '안녕'
곳곳에서 석별의 정 나누며 아쉬움 달래
(부안=뉴스1) 이지선 강교현 기자 = 2023년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여한 세계 청소년들이 각 나라를 대표해 춤과 노래 등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새만금에서의 마지막 밤을 불태운 '새만금 갓 탤런트'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7일 오후 8시 새만금 잼버리장 델타구역 대집회장. 기온은 높지 않았지만 이따금씩 부안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짭조름한 바람은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대집회장 잔디밭 앞쪽에 설치된 '새만금 갓 탤런트' 무대에서 나오는 화려한 조명이 새까만 밤하늘을 갈랐다.
대형 스피커에서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댄스 더 나잇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네덜란드에서 온 청소년들이 준비한 무대였다.
파란색 상의를 맞춰입은 백인 소녀들이 준비한 K-팝 댄스 무대는 대집회장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의 인기를 엿볼 수 있었다.
'새만금 갓 탤런트'는 참가 대원들이 각국의 전통 춤과 노래 등 장기를 선보이는 경연이다. 앞서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았고, 영상 심사를 거쳐 17개 나라가 선발됐다.
멕시코와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각지에서 온 대원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이국적인 음악에 맞춰 군무를 선보였다. 한껏 신나보이는 얼굴로 합창을 하거나 밴드 공연을 하는 팀도 있었다.
청중들은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목청껏 떼창을 하기도 했다. 무대가 끝날때마다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한 친구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일도 잊지 않았다.
150여개 나라에서 모인 청춘들은 무대와 떨어진 잔디밭 한쪽에서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예정된 12일 일정 중 7일차를 맞아 겨우 반환점을 돈 이날 오후 세계스카우트 연맹은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는 태풍 '카눈'을 이유로 대원들을 새만금에서 철수시킨다고 밝혔다.
잼버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내일 새만금 영지를 벗어나게되면 서울이나 경기도 등의 숙박업소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스페인에서 온 이냐키(15)는 "오늘이 잼버리 야영지에서의 마지막 밤이라서 슬프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지금 이 순간은 행복하다"고 했다.
이냐키의 친구 이반(15)은 "오늘 저녁을 멕시코 친구들과 함께 먹었는데 이렇게 바로 헤어지게 돼 너무 아쉽다"며 "지금은 떠나야하는 내일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더 안전한 곳으로 향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스페인에서 온 니키(19)는 잼버리에서 멕시코 친구 레이나(18)를 사귀었다. 니키가 야영장 안에서 짐을 잃어버렸을 때 짐을 찾는 일을 도와주게되면서 연을 맺었다. 이들은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깊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니키는 "지난 며칠간 이곳 상황이 많이 나아졌음에도 스페인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이 언론에 나오는 상황을 보며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예정보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일이 다행스럽기도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레이나는 "초반에 전기나 선풍기, 시원한 물 등 필요한 물품들이 잘 제공되지 않는 점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며칠간은 전반적인 상황이 많이 나아졌는데 이제 떠나게 된다니 좀 실망스럽긴 하다"고 했다.
직접 준비해 온 배지나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전자우편)·SNS 주소 등 정보가 적힌 명함을 나눠주는 청소년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나우신(17)은 "새만금 잼버리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꿈꿔온 행사였는데 이런 식으로 새만금을 떠나게 돼 너무 아쉽다"고 했다.
자신을 스트레이키즈와 블랙핑크의 팬이라고 밝힌 지니아(16·방글라데시)는 "한국 가요와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에서 치러지는 잼버리에 큰 기대를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게 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나우신과 지니아는 취재진과 헤어지며 명함을 주고받았다.
한 백인 소녀는 직접 준비해 온 자신의 배지를 현장에서 한국 경찰관과 소방관에게 하나씩 전달하며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드린다"고 마음을 전했다. 취재 중인 기자에게 시원한 음료를 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공연이 마무리되고 조직위원회는 훌륭한 공연으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해 준 모든 참가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새만금에서의 마지막 밤은 진로를 급변경한 태풍과 함께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리고 이 밤은 이제 막 정이 들기 시작한 청소년들이 충분한 작별 인사를 나누기엔 유난히 짧았다.
letswin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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