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호불호 예상했지만…'D.P.2' 정말 만족해요"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D.P.'는 대만족한 작품이에요. 촬영하면서도 그 생각을 했죠.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화가 없어요."
솔직하고 털털했다. 캡모자를 쓴 채 가벼운 복장으로 나타난 배우 손석구는 "제가 이야기를 명확하고 조리있게 잘 못한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성실하고 재밌는 답변을 잘 드리겠다"고 웃었다. 6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손석구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D.P. 시즌 2'는 지난 2021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후속작이다.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와 한호열(구교환)이 군 내의 부조리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손석구는 103사단 헌병대 대위 임지섭 역을 맡았다. 극중 임지섭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로, 진급에 대한 욕심이 커 빌런으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이후 시즌 2를 통해 보여준 현실적인 모습들로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평을 받았다.
"캐릭터 변화의 씨앗은 시즌 1 엔딩때부터 있었다고 생각해요. 임지섭이라는 캐릭터가 준호와 호열이 하고자 하는 것들의 대척점에 서 있다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절친이자 후배 군인으로 나왔던 나중석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변곡점이었어요. 시즌 1에서 보여줬던 모습보다 더 안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랬다가 캐릭터가 다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새로운 설정들, 당혹스럽기도 했어요
임지섭 캐릭터는 'D.P. 시즌 2'를 통해 꽃을 피웠다. 캐릭터 변화는 물론, 이혼으로 인해 아이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사정까지. 그의 자세한 내막이 드러나며 빌런으로만 자리잡았던 캐릭터가 설득력을 얻었다.
"지섭이 진급을 위해 악착같이 병사들을 굴리고, 윗선에 비굴한 모습을 보였던 것도 다 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즌 2의 대본을 통해 이혼도 하고, 아이와 연락도 못하는 지섭의 사정을 알게 되며 당혹스럽기도 했죠. 그렇지만 이 모든 사정들이 임지섭을 보여주는 하나의 레이어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였어요. 또 'D.P.' 시리즈에 워낙 남자 캐릭터가 많은데, 서은 중령이라는 여군이 나오면서 환기가 되는 부분도 있었을 거에요. 그 부분을 임지섭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함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죠."
실제로 손석구는 '임지섭'이라는 캐릭터를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시즌 2의 1부에 가장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박범구 중사가 있는 국방 본부에 가서 호열이와 준호를 살리기 위해 회유를 하는 장면이요. 그 장면에서 임지섭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아이디어를 많이 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지섭은 대의를 위해 박범구 중사를 회유하는 것이 아니였죠. 그렇지만 조석봉(조현철) 사건을 겪으면서 본인도 느낀 것이 있고 자책도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바로 참된 군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요.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임지섭이 이기심이라는 이유 때문에 박범구를 회유하지 않았을까. 그런 가능성으로요."
'불고기 괴담' 신선한 도전이였죠
'D.P. 시즌 2'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에피소드는 단연 네 번째 에피소드인 '불고기 괴담'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삼고 'GP'라는 외딴 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하며 이질적인 느낌을 극대화 시켰다. 푸르스름한 영상 색감도 한몫하며 으스스함을 더했다.
"'불고기 괴담'같은 경우는 외전같은 느낌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시청자들이 하나의 독립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끼길 바랬죠. 공포영화처럼 극을 풀어가는 부분도 있었기에 굉장히 장르적인 에피소드였어요. 이야기가 흘러가다 갑자기 임지섭의 시점으로 바뀌는 부분도 재밌었어요. 그러니까 '불고기 괴담'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는 '괴담'이잖아요, 뭐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그게 GP라는 특수한 공간이 갖고 있는 폐쇄성과 맞닿아 공포로 다가왔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연속성이 중요한데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죠."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한 배우 최현욱과의 연기도 화제가 다. 특히 두 사람이 대립하는 장면에서 "연기 대결이다"라는 극찬이 쏟아지기도 했다. 손석구는 이에 대해 "연기 대결은 아니다"며 웃었다.
"현욱이가 정말 어려요. 조금 꼰대같을 수 있겠지만 연기하면서도 계속 물어봤죠. '너는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 하냐. 연기를 얼마나 했냐' 이런 질문들요. 그런데 연기를 얼마 안했더라고요. '어떻게 (연기 경력이)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신기해하면서 연기를 했죠. 현욱이는 얄밉기도 했다가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대단하더라고요. 존경스러웠어요. 제가 현욱이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죠."
'D.P.'는 휴가같은 작품이에요
'D.P. 시즌 2'는 탈영병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던 시즌 1과는 사뭇 달랐다. 조금 더 거시적인 시점을 도입하며 비극의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 이로 인해 공개 직후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시즌제라고 해서 전 시즌의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자는 열의가 컸어요. 두 시리즈가 연속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점점 심화시키는 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했죠. 그렇게 되면서 병사들의 이야기에 대한 거대 담론이 등장한 거에요. 이 책임은 어디로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등장하죠. (극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데요,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조금 익숙하지 않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내부에서도 예상했어요. 그런데 요즘 반응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들이) 시즌 2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봐주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치열한 고민 끝에 맺은 'D.P. 시즌2'라는 결실. 손석구는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 손석구에게 'D.P.' 시리즈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물었다. 그러자 그가 미소지었다.
"'D.P.'는 제게 힐링을 안겨주는 작품이었어요. 정말 다른 것들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연기만 재미있게 하다가 갔죠. 굳이 있어보이게 표현을 한다면 바쁜 일상에서의 휴가를 다녀온 느낌이었어요. 'D.P.' 시리즈는 제게 그렇게 남을 것 같네요."
[사진 =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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