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살면 전세금 못 줄 수 있어”…세입자 “분통”
[KBS 부산] [앵커]
KBS는 지난 4월과 5월에 걸쳐 부산의 전세 사기 의심 보도를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당시 억울함을 호소했던 부산 중구의 임대 사업자 최 모 씨는 결국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최 씨 측이 세입자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세입자들을 전세금을 볼모로 사실상 겁박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김옥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19일,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된 최 모 씨가 소유한 부산의 한 오피스텔.
단전, 엘리베이터 보수 중지 등의 경고문이 붙어있고, 각종 공과금을 미납했다는 통지서도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최 씨 자필로 쓴 듯한 문구가 있는 종이 한 장이 눈에 띕니다.
집주인 최 씨가 구속 전 남긴 안내문입니다.
안내문에는 본인이 구속이 되면 대출 연장을 못 하는 세입자들은 신용불량자가 되고, 최악의 경우 실형을 살게 되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적혀있습니다.
세입자들은 "형을 줄여보겠다고 세입자를 협박하는 꼴"이라며 분노합니다.
[전세 사기 세입자/음성변조 : "은행 대출 안 된다. 너네 이제 신용불량자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협박이라고 해야 되나, 그렇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심지어 변호사를 통해 "탄원서를 써주면 전세금을 먼저 돌려주겠다"며, 회유하는 듯한 요청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전세 사기 세입자/음성변조 : ""탄원서 써서 안 들어가게 해달라. 그러면 협조해준 사람 순으로 변제를 먼저 진행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피해자들끼리 갈라치기를 조금씩 시도하는 것까지 알게 되었거든요…."]
다만 최 씨의 변호사 측은 "집주인과 연락이 닿아야 전세 대출 연장이 가능한 세입자가 있어 상황 확인용 탄원서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이 파악한 최 씨 소유 집 전세 사기 피해자만 210명, 피해 금액은 166억입니다.
끊겼던 수도와 전기 등은 세입자끼리 돈을 모아 해결하고 있는 상황.
집주인이 형벌 피하기에 급급해 협박에 가까운 안내문을 쓰고, 탄원서 요청에만 매달리는 사이, 전세금도 받지 못하고 집 관리 부담까지 떠안게 된 세입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그래픽:박서아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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