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안 하면 죽은 남편 귀신된다”…초등학교 동창에 수억원 뜯어낸 여성

정채빈 기자 2023. 8. 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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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손민균

남편을 잃은 초등학교 동창생에게 접근해 굿 대금 명목으로 8년간 거액을 뜯어낸 60대가 항소심에서 형량을 감형 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초등학교 동창생 B씨에게 접근해 2013년 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8년간 총 584회에 걸쳐 B씨의 가족 굿 대금 명목으로 32억 98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남편의 극단적 선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운 상황이었는데, 이 점을 A씨가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죽은 남편을 위해 굿을 해야 한다. 노여움을 풀지 못하면 극락왕생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된다’고 속여 B씨에게 굿 대금 명목으로 돈을 뜯었다.

앞서 1심은 공소사실대로 사기 피해 금액을 32억 9800여만원이라고 판단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피해금을 5억원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금 중 현금으로 건넨 금액이 21억 1500여만원”이라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피해자가 정리해서 작성한 일지와 장부 외에 객관적인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기준으로 피해자가 피해 금액을 특정했는지 의문이 들고, 피해자와 피고인 간 계좌이체 거래를 봐도 피해자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가로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가 시인한 금액인 5억원만 사기 피해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굿 대금 명목으로 5억원을 뜯어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당심에서 뒤늦게 잘못을 대체로 인정하면서 변제 명목으로 피해자 계좌에 5억원을 보내는 등 피해보상을 위해 노력한 사정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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