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앞 ‘일상의 벽’ 허물어야 찾아옵니다”
1000여명 심층조사 3개월 연구
“매장 입구 여닫이 방식 유리문에
키오스크 버튼은 높은 곳에 위치
이동권 제약 한국의 고질적 문제
존중의 문화 만드는 계기 되길”
“매장에 온 장애인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가, 이분들이 왜 매장이나 서비스센터에 가지 않게 되는가 등을 파악하려고 합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 등의 저자로 알려진 사회역학자 김승섭 서울대 교수가 LG전자와 함께 장애인 고객 접근성 개선 연구에 나섰다. 생활가전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장애인 접근성 연구는 국내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7월 시작된 연구는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진행된다.
김 교수는 7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국 사회의 장애인 숫자가 국민의 5% 정도라고 하는데 밖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의 수는 더 적게 느껴지고, 기업들이 운영하는 매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며 이처럼 말했다.
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장애와 건강’ 연구팀은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 고객의 LG전자 매장·서비스센터·홈페이지 이용 경험을 조사하고 개선 방안 및 접근성 평가 방식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LG전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자들이 지체·뇌병변 장애인 접근성 연구를 하는 장애와 건강팀을 찾아가 해당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지난달 말까지 국내외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서비스 이용 불편 사례를 검토했다. 이달 말부터는 지체·뇌병변 장애인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 영역별 이용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성별·연령별로 심층 인터뷰도 실시한다.
김 교수는 지체·뇌병변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물리적·사회적 장벽이 매장·서비스센터 방문 등 소비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가로막는다고 본다.
예컨대 기업 홈페이지 등을 방문할 때 나타나는 팝업창은 상단의 ‘엑스(X) 버튼’이 너무 작다 보니 뇌병변장애인들의 홈페이지 이용을 곤란하게 한다. 매장·서비스센터가 휠체어 사용 고객을 위해 마련한 입구의 경사로는 경사로가 끝나는 곳에 여닫이 방식의 유리문이 있어 휠체어를 타고 유리문을 열기 어렵게 만들었다. 비대면 접수를 위한 무인 키오스크는 버튼이 높은 곳에 위치해 휠체어 사용 고객이 사용하기 불편하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이나, 지하철 이용 등 이동권이 제약받는 현실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김 교수는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환대받는다거나 존중받는다고 느끼지 못하고 모욕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수록 더더욱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다”며 “결국 한국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 문제 전반과 닿아 있는 현안”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서비스 영역별 장애인 고객 접근성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좀 더 많은 기업이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을 환대하는 문화를 만드는 데 이번 연구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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