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금융 업무…홀로서기, 함께해요
임대차계약서 작성 연습 등 실질 사회생활 필요한 정보 교육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고 내 권리를 행사해서 원하는 것을 누리는 것을 ‘독립’이라고 합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를 해야 해요.”
청년 13명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지난달 문을 연 ‘영플러스 서울’에 모인 자립준비청년들이었다. 영플러스 서울은 보호생활을 끝내고 이제 막 사회로 나와 독립하려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전용 공간이다. 지난달 28일 영플러스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준비 중인 청년들을 만났다.
가정에서 제대로 양육받을 수 없는 아동·청소년들은 그룹홈·가정위탁시설이나 양육시설에서 지내다가 만 18세가 되면 보호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야 한다. 이른바 ‘자립준비청년’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서울에는 자립준비청년이 1675명 있다. 예비 자립준비청년까지 더하면 2639명으로 늘어난다.
자립준비청년들은 홀로서기 이후 각종 금융 업무와 부동산 문제, 학업·노동 문제 등을 맞닥뜨린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원스톱’ 지원을 제공하고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영플러스 서울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교육 프로그램인 ‘배움마켓’을 10시간 이상 이수해야 서울시 자립정착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다. 배움마켓은 인문학·주거·금융·법률 등 분야로 나눠 일주일에 1~2회씩 진행된다.
이날 배움마켓 주제는 ‘주거권에 대한 이해’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 강의실에 모인 청년들은 ‘임대인’ ‘임차인’ ‘전용면적’ ‘공급면적’ 등 기초적인 부동산 계약 관련 용어부터 ‘영끌’ ‘빚투’ ‘하우스푸어’ 등 최근 세태를 보여주는 용어들을 익혔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실제로 기입해보는 연습도 했다.
전세사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청년들이 특히 집중했다. ‘국가공간정보포털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소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사의 말에 청년들은 필기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2년간 보호생활을 한 유모씨(19)는 “유익했던 수업”이라며 “전세사기 유형 등을 쉽게 알려줘서 좋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가정위탁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초 독립한 강모씨(21)는 “금융업체에서 주거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집을 구했는데 1년짜리 지원 사업이라 내년에는 직접 집을 구해야 한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집을 구할 계획인데 청년임대주택 이자율이 어떻게 다른지도 설명해줘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영플러스 서울 공간에도 ‘기회만 되면 자주 머무르고 싶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672㎡ 넓이로 조성된 영플러스 서울에는 탁구대와 상담실, 강의실 등이 쾌적하게 마련돼 있다. 카페 공간도 있다. 널찍한 공간에 무선 인터넷, 컴퓨터가 설치돼 있어 운영시간 중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한쪽 벽면에는 방문자와 멘토들이 자립준비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적은 메시지들이 가득 있었다.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응원한다” “여러분이 자립해서 성공할 때까지 함께하겠다” 등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서울시는 영플러스 서울을 활용해 이들의 자조모임과 멘토링, 동아리 모임 등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글·사진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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