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들, 러시아 방산업체 해킹…이 기간동안 탄도무기 큰 진전”

로이터 보도…“2021년 말 러 방산업체 로켓 설계부서 방화벽 뚫어”

지난달 13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화면 캡처. 연합뉴스

북한 해커 집단이 러시아 미사일 개발업체의 방화벽을 비밀리에 뚫는 데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적 증거를 분석한 결과 “스카크러프트와 라자루스로 불리는 북한 정부 연계 사이버 첩보팀이 러시아 방산업체 NPO 마쉬노스트로예니야의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는 백도어를 비밀리에 설치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해킹 공격 대상이 된 업체는 모스크바 교외의 소도시 레우토프에 있는 NPO 마쉬노스트로예니야로, 구체적으로는 이 업체 로켓 설계 부서가 공격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NPO 마쉬노스트로예니야는 1944년 설립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우주 발사체 개발 등에 관여했다. 현재도 극초음속 미사일과 위성 기술, 차세대 탄도탄 개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사용 중인 초음속 순항 미사일 P-800 오닉스는 이 회사가 개발했다. 이 업체는 또 최근에는 마하 9(시속 약 1만1000km)의 속도로 1000km 이상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개발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 회사 내부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북한 해커들은 2021년 말 이 회사 시스템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고 이런 사실은 이듬해 5월이 돼서야 발각됐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북한 해커들이 실제로 자료를 빼냈는지, 어떤 자료를 봤는지 알 수 없지만 “침입 이후 수개월 동안 북한 정권은 금지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여러 건의 진전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사이버안보기업 센티넬원의 보안 전문가 톰 헤겔은 북한 해커들이 NPO 마쉬노스트로예니야의 내부 이메일을 읽고 자료를 추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해커들이 치르콘 미사일 등 최신 무기 관련 정보를 빼냈더라도 즉각적으로 같은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무기 개발에 이를 참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를 얻을 수는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