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특수교사 “장애 학생 아닌 교육시스템 붕괴가 갈등 본질”
“초등학교에 가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원 없는 환경 속에서 아이도 교사도 힘들어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저는 어느새 진상 부모가 돼 있었습니다. 왜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장애 아동과 부모, 교사가 떠맡아야 합니까.”
초등학교 4학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장누리씨가 7일 말했다. 장씨는 “지금 교육시스템은 다양성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차별과 배제를 가르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면서 “아이를 이제 곧 개학하는 학교에 보내기가 두렵다. 통합교육 실시 후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식이 바닥이라는 사실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분노가 우리를 더 위축시키고 있다”며 울먹였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등 학부모·교사 단체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방치하지 말라”고 교육부에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모두를 위한 통합교육 보장하라’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교육부는 특수아동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을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이다.
이들은 ‘주호민 웹툰작가 특수교사 고소’ 논란 이후 자폐아동을 일반 학교에서 분리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 ‘장애인 혐오’라고 입을 모았다.
김정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장애 학생을 일반 학교가 아닌 특수학교로 보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혐오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모든 학생에게는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박은경 전국평등교육실현을 위한 학부모회 대표는 “서이초 사건 이후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정부가 교사와 학생을 갈라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특정 학부모와 학생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무자비하다”며 “장애 학생이 아니라 입시경쟁과 승자독식 교육시스템이 갈등의 본질”이라고 했다.
통합교육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배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현재 통합교육은 인적·행정적 지원이 없는 물리적 통합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마다 부모와 교사가 대립하게 되는 구조”라며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지원자로 제대로 정립될 때 교육의 질이 보장될 수 있다.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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