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재산도 다 잃었다…전세사기 피해자의 절규
남편은 심장마비 사망…“집주인·중개업자 철저히 처벌을”
“이제 그 집에 오만 정이 떨어져서 어떻게 들어가 살겠어요.”
전세사기는 송경민씨(66·가명)가 17년간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도, 43년간 곁을 나눈 남편도 앗아갔다. 7일 오전 인천가족공원에서 만난 재외동포 송씨는 지난 4일 집 안 의자에 홀로 앉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편 김대진씨(67·가명)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흐느꼈다.
2006년 부부는 큰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 중국에서 농사를 짓던 두 사람은 물난리로 집을 떠내려 보내고 양가 부모가 살고 있는 한국으로 향했다. ‘돈을 주면 한국에 보내주겠다’던 한인 브로커에게 1800만원에 달하는 돈을 사기당했지만 둘이 함께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송씨는 요양병원에서 숙식하며 간병 일을 하고 김씨는 전국 건설 현장을 돌아다녔다.
15년 만인 2021년 인천 미추홀구에 구한 첫 전셋집은 힘겨운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정말 열심히, 열심히 살았어요. 처음 구한 집이니까 너무 좋았죠.” 요양병원에서 숙식하는 송씨가 집에서 지낼 날은 1년 중 설날과 추석뿐이었지만, 남편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를 구했다. 8년 전 담석과 혈관막힘 증상으로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남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다니길 바라서였다.
전 재산 8500만원을 보증금으로 내놓는 만큼 깐깐하게 알아봤다. 집주인이 왜 보이지 않느냐는 송씨 말에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바쁜 사람이라 통장과 도장을 모두 자기에게 맡겼다’며 안심시켰다. 공인중개사는 1년 후 경매 개시 우편이 온 뒤에도 ‘본인들이 책임질 것’이라며 시치미를 뗐다.
“집주인보다도 공인중개사가 훨씬 나빠요. 나라에서 공인한 거니까 우린 부동산만 딱 믿었던 건데….”
전 재산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에요. 무 자르듯이, 우리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송씨는 500만원 차이로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나만 아니었으면 이 집도 안 구하고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원체 말수가 없던 남편은 그 무렵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남편 김씨는 생전 아픈 몸을 이끌고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나가 목소리를 보탰다.
경찰서와 피해지원센터를 찾아다니며 해결 방법을 찾아봤지만 어디를 가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그렇게 다니면서 남편 건강이 더 안 좋아졌어요. 맨날 ‘내가 죽어야 네가 산다’고 그러더니 정말….”
남편을 위해 우선매수권을 고민했던 송씨는 이제는 모든 것을 앗아간 집으로 다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남의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자기들은 편하게 사는 법이 어디 있어요. 사람들이 막 죽어가잖아요. 집주인이랑 부동산은 철저하게 처벌받아야 해요.”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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