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관엔 독립성, 감사위엔 패싱당하지 않을 권한 줘야[감사원, 누가 감사하는가]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유례없이 정치적 관심을 받고 있다. 정부 기조에 맞춘 코드 감사 논란은 어느 정부나 있었으나 감사원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을 위시한 사무처 직원과 진실 공방까지 벌이는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공방 소재가 문재인 정부 인사인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결과였다는 점에서 정치 감사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감사 실무진인 사무처가 감사위를 ‘패싱’한 채 감사에 착수하고, 감사위 권한인 최종 결재 절차까지 좌우하는 제도적 공백도 문제가 됐다. 전 정부 인사 수사 요청·의뢰도 유난히 많았다. 정작 감사원은 내부 감찰에선 솜방망이 징계로 자기 식구를 감쌌다. 감사원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을 모색해봤다.
‘감찰관은 사무총장을 보좌’
사무처 직제에 떡하니 규정
감찰 개시·결과에 개입 여지
■ 실효성 없는 감사원 내부 감찰
감사원은 가중처벌 대상인 운전자 폭행 혐의 직원에 견책, 음주측정 거부 직원에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리는 등 직원들에게 온정주의적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 식구 감싸기’가 작동할 수 있는 징계위원회, 사무처에서 독립적이지 못한 감찰 조직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감사원 규칙에 따른 징계위는 5급 이상 징계를 다루는 고등징계위원회, 6급 이하 직원 징계를 내리는 보통징계위원회가 있다. 위원회 회의 내용과 위원 명단은 비공개다. 공무원인 위원은 감사원장이 임명하며, 고등징계위 민간위원은 퇴직 고위 감사공무원이 맡을 수 있다. 국회에는 징계위 구성 권한과 심의 절차를 감사원 규칙이 아니라 상위 법령에서 정하고, 징계위에 감사원 퇴직 고위공무원이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돼 있다.
독립적인 감찰을 위해 감찰관을 감사원장 직속으로 두자는 법안(박범계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도 있다. 현행 감사원 사무처 직제에는 ‘감찰관은 사무총장을 보좌한다’고 규정돼 있어 감찰 개시부터 결과까지 사무총장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감사원이 최근 전현희 전 위원장 감사와 관련해 꾸린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도 이 같은 이유로 논란이 됐다.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조은석 감사위원이 TF의 주요 감찰 대상이어서다. 감사원은 TF 구성원 등 구체적 내용을 국회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찰관의 독립성을 담보할 조직 내지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검찰청의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에서 감찰본부장은 검찰총장 허가나 지휘를 받지 않고 감찰 사건 개시 사실과 결과만 보고하도록 한 조항을 참고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외부 위원으로 이뤄진 감사위원회 신설을 검토 중이다.
‘서해 피격 사건’ 감사 등은
최고의결기구 무시하고 진행
개별 사안 의결 의무화 필요
■ 합의제 유명무실
감사원은 감사위 패싱 논란을 빚었다. 감사원 특별조사국이 실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가 시작이었다. 감사원 사무처는 수시로 감찰에 나서는 특별조사국 업무 특성상 연초 ‘연간 감사계획’에 ‘상시 공직 감찰’이란 항목으로 묶어 의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 정부 최고위직 인사가 포함된 중요 사안인 만큼 감사위에서 별도로 의결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현희 전 위원장 감사도 장관급 기관장을 상대로 한 만큼 ‘주요 감사계획’ 사항이지만 감사위 의결이 없었다. 김은경 전 장관 수사를 요청한 ‘4대강 감사’는 시민단체의 공익감사청구를 받은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 사례였다. KBS 감사는 감사원 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감사 실시 여부를 정하는 국민감사청구제를 통했다. 감사원은 감사위라는 최고 의결기구를 둔 합의제 기관인데, 감사위로부터 위임된 사항을 집행하는 사무처가 우회로를 활용하는 양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사원이 ‘주요 감사계획’뿐 아니라 개별 사안에 대한 감사 개시, 계획 및 계획 변경까지 감사위 의결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민주당 당론으로 발의(박범계 의원 대표발의)돼 있다.
감사원이 수사기관에 수사 요청을 하거나 수사참고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고발과 달리 감사위 의결을 필요로 하지 않아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수사 요청 및 수사참고자료 제출에 앞서 감사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앞서 대표발의했다.
법에 명시된 ‘대통령에 보고’
감사원에 대한 감시 위해선
수많은 비공개 ‘공개화’해야
■ 독립성은 외부 통제로부터
감사원은 현행법상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감사 결과에 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를 위해 감사원이 비공개 감사 정보라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요구가 있으면 제출해야 한다(민형배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거나 감사위 의결 사항 전체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박범계 의원 대표발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감사원 조사자료, 진술조서 등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조사 출석·답변 때 영상녹화 및 녹음을 의무화하는 법안(이원욱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도 제출돼 있다.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출석·답변 대상의 권리를 보장하는 게 목적이다. 그간 표적 감사 의혹이 있어도 진상을 밝히지 못한 채 정치적 공방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사후 입증에 활용할 증거가 있어야 감사원의 편파·강압 감사를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개헌 필요성도 제기된다. 개헌을 통해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 등 핵심 업무 소속을 국회로 이관하거나 완전히 독립기관화하자는 등의 주장이 그간 이어졌다. 감사위원을 감사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 방식에서 독립적인 감사위원후보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하도록 하는 법안은 여야 모두 발의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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