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청와대 사정팀 일원 되면 안 돼”…YS 때 감사원장 이회창, 기획 사정 거부[감사원, 누가 감사하는가]
청 비서실 등 성역 없이 감사
조직 독립성 확보 위해 애써
역대 감사원장은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감사원 독립성이 제대로 성취된 적 없다는 반증이다. 실패의 역사지만 빛나는 장면은 있었다.
보수 정부에서 임명된 감사원장 중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감사원의 독립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애썼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기인 1993년 감사원장에 임명된 그는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 관행을 폐지했다. 독재 정권 시기 관행처럼 청와대가 주도해온 기획 사정을 거부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유착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 전 원장은 <이회창 회고록>에 이렇게 썼다. “감사원은 독자적인 감사권을 가지고 행정부 내 각 기관을 직무감찰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대상 기관들과 한 팀이 되어 청와대 지시하에 사정을 한다는 것은 정면으로 그 독립성에 위반되는 것이다. 청와대가 정치 목적으로 사정 권한을 남용할 경우 이를 견제할 감사원이 그 사정팀의 일원이 되어 있다면 어떻게 그러한 남용을 견제할 수 있겠는가.”
이 전 원장은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와의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1993년 청와대가 경제계 위축 우려를 이유로 금융기관 감사를 막으려 하자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성역으로 여겨졌던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안기부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 군 전력증강 사업인 율곡사업, 안기부 주도 평화의댐 사업도 감사했다. 율곡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 평화의댐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했기에 정치적 부담이 컸다. 이 전 원장은 “관련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 성격이므로 정치보복이 될 수 없다”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감사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최재형 전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의원)도 감사원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인물로 꼽힌다. 4대강 사업, 방산비리 등 앞선 보수 정부 관련 감사를 진행하는 한편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정당성 감사에 나서 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다만 이회창·최재형 전 원장 모두 감사원 독립성을 위해 정해둔 원장 임기 4년을 채우지 않았고 이후 대선 도전에 나서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시리즈 끝>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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