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야영 부지, ‘관광레저’ 아닌 ‘농업용지’로 관리…기금 당겨와 매립 개발, 환경영향평가도 면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준비가 미흡한 탓에 참가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낸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새만금 매립·개발 사업을 위해 행사를 무리하게 졸속·편법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새만금개발청의 2017년 12월 ‘새만금 기본계획’ 문서를 보면, 새만금개발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관광레저용지(36.8㎢)의 일부인 잼버리 용지(8.84㎢)를 편의상 농업용지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 2150억원을 들여 매립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해당 용지는 결과적으로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관광레저용지에 적용되는 정식 환경영향평가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편법·유용’이라고 지적했다. 잼버리는 명백히 관광레저 사업인데, 토지를 농업용지로 탈바꿈시켜 기금을 당겨왔다는 것이다.
잼버리 시작 후 불거진 영지의 물빠짐 열악, 그늘 부재 등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부지가 명목상으로나마 농업용지이기 때문에 평평하게 만들어야 했는데, 이 때문에 물이 제대로 빠지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은 “잼버리 영지로 하려면 배수가 잘되게 굴곡을 두거나 레저용지처럼 조성했어야 하는데 농지용도다 보니 평평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이미 매립된 다른 곳을 쓰면 인프라를 만들 시간이 있었는데, 매립에만 욕심을 부리다 보니 염분도 제대로 빠지지 않아 나무가 자라지 않았고 인프라를 만들 시간도 없었다”고 했다.
전북도는 2018년 새만금 간척지를 잼버리 후보지로 결정하게 된 이유로 “새만금 개발의 조속한 추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유치 배경과 관련해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전라북도는 새만금 내부 개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당초 2020년까지 계획된 SOC(사회간접자본)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었다”면서 “이에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 및 SOC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잼버리 유치 이후 새만금 지역에는 실제 동서대로와 남북대로가 개통됐다.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새만금 신항만, 새만금 국제공항, 새만금항 인입철도 등 다른 SOC 시설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전북도는 이 같은 SOC를 통해 새만금 내부 개발을 앞당기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도 잼버리 영지 인근 수라갯벌에 들어설 예정인 새만금 신공항도 잼버리를 명목으로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조해람·강현석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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