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조기 철수…‘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던 정부, 이제야 “준비 부족 맞다”
전북도, ‘새만금 개발’에만 관심…무주 등 천혜 후보지 배제
정부는 현장 상황 미리 점검 않고 사태 커지자 부랴부랴 지원
파행되다 태풍 ‘카눈’으로 조기 종료키로 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행사 내내 총체적 운영 미숙으로 도마에 올랐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국제행사 파행’을 두고 정부와 지자체 등의 책임 소재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잼버리 준비 미흡 우려는 지난해부터 이미 제기됐지만 정부는 ‘문제없이 준비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폭염·폭우 대책과 해충 방역, 감염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점검해야 한다”고 하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잼버리조직위는 지난 6월 폭염이 예상된다며 여가부에 예산 93억원을 추가 요청했지만, 여가부와 기획재정부의 협의가 잘되지 않아 20억원가량만 지원됐다.
막상 행사가 열리니 개막일이던 지난 1일에만 4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열악한 화장실, 부실 식단 등 총체적 운영 미숙이 드러났다. 하지만 조직위는 온열질환자에 대해 “경증 환자가 대부분”이라며 “안정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 장관은 7일 브리핑에서야 “처음에 준비 부족은 맞고, (다만)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준비 부족을 공식 인정했다.
개최지인 전라북도 역시 미흡한 준비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새만금 매립·개발 명분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느라 정작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 유치 추진 당시 전북에서는 새만금 대신 무주 태권도원과 구천동 야영장 등이 적합지로 거론됐다. 하지만 전북도는 새만금을 잼버리 유치 후보지로 결정했다. 한 전직 공무원은 “오로지 ‘새만금을 개발해야 한다’는 전북도의 일념 때문에 무주 태권도원이나 구천동 야영장 등과 같은 천혜의 후보지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말했다.
새만금 잼버리 부지(8.84㎢)를 야영지로 조성하는 작업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전북도는 유치 당시 갯벌 간척지인 잼버리 영지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잼버리 영지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벌판이다.
당초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불분명한 책임 소재의 문제는 잼버리 초반에 이미 드러났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행사 3일째인 지난 3일에야 “폭염경보와 관련해 모든 진행 과정을 논의하면서 청소년 안전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며 진행 중”이라는 첫 입장을 냈다.
이런 상황 속에 미리 지원할 수 있는 조치들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일부터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냉방버스와 냉동탑차, 화장실 등이 대거 지원됐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지원 특별법’에 따라 정부지원위원회가 설치돼 있음에도 준비 상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다가 뒤늦게 지원에 나선 셈이다. 잼버리 정부지원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현장에서 “지금부터 대한민국 중앙정부가 전면에 나서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한 점을 두고도 ‘유체이탈’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조해람·강현석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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