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불똥, 프로축구로도 튀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때문에 축구계가 불똥을 맞았다. K팝 콘서트 일정과 장소가 잇달아 바뀌면서 한국 축구 최고 권위 대회인 대한축구협회(FA)컵 4강 일정이 변동되고, 이에 따라 팬들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2023 FA컵 4강전이 K팝 콘서트 때문에 연기됐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7일 오전 양팀에 9일 열릴 예정이던 두 팀의 2023 FA컵 4강전 연기 공문을 보냈다.
이 경기는 당초 전북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6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6일 오후 8시 새만금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려야 할 콘서트가 폭염과 안전사고 우려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전북 구단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전북은 9일 인천과의 FA컵 4강전에 이어 12일 수원 삼성과 K리그1 26라운드 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돼 있었다. K팝 콘서트 사전 준비 및 무대 해체 등의 시간을 고려하면 9일과 12일에 경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또 한 번의 장소 변경이 일어났다. 정부는 태풍 ‘카눈’의 영향과 각 국가들의 대회 조기 철수로 수도권으로 방향을 틀면서 K팝 콘서트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하루 사이에 콘서트 장소가 또 바뀐 것이다.
홈경기장을 쓰지 못하는 전북은 물론 6일 리그 경기와 9일 FA컵 4강전을 모두 전북 원정으로 치르는 인천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인천 구단은 FA컵 4강전까지 일정을 길게 잡아 전주로 내려왔다. 그런데 FA컵이 연기되면서 7일 오전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콘서트 장소가 다시 서울로 바뀐다는 얘기가 나왔음에도 인천이 이미 전주에서 철수한 상황이라 경기 연기를 또 번복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 됐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전북 구단이나 우리 모두 혼란스럽다. 정부나 협회에서 더 발 빠르게 협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축구계를 고려하지 않는 당국의 행태에 팬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전북과 인천이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경기 연기 알림 댓글에는 “축구가 봉이냐” “역대급 코미디가 없다” “민폐 잼버리” 등 팬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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