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폭행 피해 교사에 “자필로 다시 써서 고발하라”…서울교육청 ‘갑질’ 논란

“오른팔 깁스로 자필 서류 제출 힘든데…피해 교사에 사실상 2차 가해”비판
서울시교육청 측 “이름과 서명만 자필로 쓰는 것…소통 과정 상 오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서울시교육청이 자신의 반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양천구 한 초등학교 교사에게 고발요청서를 자필로 다시 제출할 것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청 측은 “처음 제출된 요청서의 양식이 달라 재차 제출을 요구한 것”이라며 “소통 과정 상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7일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피해 교사 A 씨의 변호인은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가 개최될 때 학생에 대한 고발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시교육청은 피해 교사에게 자필로 고발요청서를 써서 내도록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피해 교사는 해당 학생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려야 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실상 2차 가해”라고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A 씨는 당시 학생의 폭행으로 부상을 당해 오른팔을 깁스하고 있어 자필로 서류를 쓰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시교육청은 교사노조의 비판에 “‘이름’과 ‘서명’을 자필로 쓰는 것이었지 나머지 문구들은 자필로 쓰는 것은 아니었다.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A 씨는 지난 6월 30일 자신의 교실에서 정서·행동장애 학생 B 군으로부터 얼굴과 몸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A 씨는 자신의 피해 사실을 교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B 군의 엄벌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탄원서가 1만 장 넘게 접수되기도 했다.

해당 학교는 지난달 19일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안을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하고, B 군에 대해 전학과 12시간의 특별교육 처분을 결정했다. 또 교육청에 B 군을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A 씨는 교육청이 검토 중인 고발 건과는 별개로 지난 1일 B 군의 부모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순 본청 차원의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B 군에 대한 교육청의 수사 기관 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