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강도” vs “정쟁 이용마라”…김성태 입에 주목하는 정치권

김건호 2023. 8.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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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송환되기도 전인데 피의자에게 깡패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겁니까?”(김남국 의원)
“저는 깡패라고 봅니다.”(한동훈 법무장관)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에요?”(김 의원)
“이미 주가조작 등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입니다.”(한 장관)

지난 2월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을 “깡패”라고 지칭한 한동훈 장관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설전이 이어졌다. 김 의원은 아직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김 전 회장에 대해 깡패라는 표현을 쓴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한 장관은 “판단은 의원님이 하시라”고 말했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연합뉴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민주당으로서는 불편한 사건이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나 성남 FC 후원금 의혹 등 다른 사건과 달리 대북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총선에서 보수층 결집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민주당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심상찮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노상강도”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하며 검찰이 자신을 탄압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더 이상 정치권의 희생양, 정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해 심경의 변화를 전했다. 정치권과 법조계가 조만간 있을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판에서 김 전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입에 주목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8일 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공판을 주재한다. 이 전 부지사는 이번 공판에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검찰이 대북송금 관련 김 전 회장을 미신고 외환거래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적용해 기소한 것을 두고 “노상강도를 경범죄로 기소했다”고 비판했다. 즉 검찰이 자신을 탄압하기 위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회유와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은 김 전 회장에게 적용한 법 조항만 9개인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재산 국외 도피 혐의가 빠지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첨단안보수사계는 지난달 북한 인사들을 접촉하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고 한다. 또 조만간 김 전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 대표가 자신을 노상강도라고 표현하는 등 비판에 나서자 김 전 회장은 옥중서신을 통해 민주당 측에 대한 섭섭함과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일부 정치인이 저와 경기도 대북사업에 함께 했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며 “지금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을 말한다는 이유로 제가 후원했던 정당(민주당)으로부터 비난받고 있다”고 말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2019년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비 300만 달러를 북한 측 인사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송금 등에 연루돼 재판 중인 이 전 평화부지사와 상의해 대북송금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로 김 전 회장 측이 이 대표가 연루된 구체적인 정황을 증언할 가능성도 있다. 김 전 회장 측의 관계자는 “진실을 이야기했음에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생각에 분노했을 것”이라며 “김(성태)회장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대장동과 돈봉투 의혹 등 각종 사법리스크로 곤혹스러운 민주당은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친명계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는 대북송금 건과 무관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폭 깡패들이 8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갖다 혜택의 당사자라고 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과 일면식도 없이 그렇게 줄 수 있겠나”며 반박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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