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 소개 수수료는 누가 부담해야 하나... 시끄러운 홍콩

허경주 2023. 8.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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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소개소에 지불하는 가사노동자 중개 수수료는 누가 내야 할까.

인도네시아 정부가 홍콩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해 그간 구직자가 지불해 온 소개비를 고용주에 넘기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티 영 '홍콩 해외 가사노동자 고용주 연합' 대표는 현지 공영방송 RTHK에 "노동자를 바꿀 때마다 소개비를 내야 한다면 각 가정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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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지난해 '배치 수수료 제로(0)' 정책
한 달 월급 달하는 소개비 탓 빚질 수도
올해 '외국인 노동자' 오는 한국, 고민해야
2007년 홍콩 시내의 한 공원에서 인도네시아 등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인력 소개소에 지불하는 가사노동자 중개 수수료는 누가 내야 할까. 노동자 몫일까 고용주 몫일까.

인도네시아 정부가 홍콩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해 그간 구직자가 지불해 온 소개비를 고용주에 넘기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한국에도 비슷한 고민이 닥칠 수 있는 만큼 논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인니 “고용주가 수수료 내라”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채용협회 ‘아스파타키’ 대표단은 최근 홍콩을 찾아 “인도네시아의 ‘배치 수수료 제로(0)’ 정책에 따라 홍콩 고용주가 가사노동자 고용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 보호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말 해당 규정을 발표했다. 소개 수수료를 마련하기 위해 일 시작 전부터 빚을 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나도 홍콩이 꿈쩍하지 않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구상에 따르면 고용주는 소개소에 5,000홍콩달러(약 83만 원)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들이 한 달에 약 70만~80만 원을 버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치 월급이 수수료 명목으로 나가는 셈이다. 인도네시아는 홍콩이 이를 거부하면 가사노동자 인력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홍콩은 1970년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는 약 33만8,000명으로, 필리핀 출신이 19만 명, 인도네시아 출신이 14만 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력 파견에 제동을 걸면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가정 약 41%에 노동 공백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22일 홍콩 퀸엘리자베스 병원 앞에서 코로나19에 걸린 한 가사도우미가 자신의 3개월 된 아기와 함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진료를 받기까지 하룻밤을 병원 밖에서 지새워야 했다. 베튄하우스 공식 페이스북 캡처

홍콩 “대신 필리핀 인력 쓸 수도”

홍콩에선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고용주가 이미 가사노동자에게 △정기 건강검진 △고향을 오가는 항공권 △교통·숙박·보험료 등을 지불하는데, 수수료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베티 영 ‘홍콩 해외 가사노동자 고용주 연합’ 대표는 현지 공영방송 RTHK에 “노동자를 바꿀 때마다 소개비를 내야 한다면 각 가정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도 마냥 웃지 못한다. 해고 위험이나 급여 동결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홍콩-인도네시아 노동자 에이전시 연합’ 매클린 응 부회장은 “규정이 도입되면 고용주들이 차라리 필리핀 인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콩 정부까지 나섰다. 크리스 선 노동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홍콩인들의 권리를 수호하도록 해당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 주재 캄보디아·방글라데시 영사관과 접촉해 더 많은 가사노동자들을 보내줄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말 약 100여 명의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입국해 서울에서 근무하게 된다.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노동자 서비스 제공 기관이 외국인을 고용한 뒤 계약을 맺은 가정으로 출퇴근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소개 비용 문제는 빠져 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도 직면할 수 있는 고민이라는 의미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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