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환경부도 손 놨는데…폴 선생님의 '맹꽁이 구출작전'
매일 새벽과 밤, 하루 2번 무슨 일이 있어도 도로에 나가는 외국인이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맹꽁이를 구하기 위해선데, 이 외국인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동안 나몰라라 했던 정부와 지자체도 결국 맹꽁이를 위한 현장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함께 돌아봤습니다.
[기자]
지하철역 앞에 맹꽁이가 발견됐다는 팻말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울타리를 세우고 그물망도 쳐놨는데 맹꽁이가 쉽게 올라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맹꽁이가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도로 경계석을 다시 넘어가지 못해 길을 헤매는 겁니다.
도로 옆 빗물받이를 열어봤습니다.
맹꽁이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물에 빠져 죽거나 햇빛에 말라 죽기도 합니다.
맹꽁이는 멸종위기종입니다.
개발이 많아지면서 서식지를 잃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땅속에 살지만 비가 오면 땅 위로 나옵니다.
웅덩이에 알을 낳기 위해섭니다.
[김효숙/충남 아산시 장재리 : 시골에서 학교 다닐 때 봤는데. 이렇게 새벽에 맹꽁이를 보니까 신기하네요. 처음 봅니다.]
영국인 폴 스콧 씨는 매일 새벽에 한 번, 밤에 한 번 맹꽁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길을 잃어 죽을 수도 있는 맹꽁이를 살리고 있습니다.
12년 전 한국에 온 스콧 씨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3년 전 출퇴근 길에 우연히 맹꽁이를 보고 구조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폴 스콧/영국 : 누가 맹꽁이를 도와줄지 모르겠어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보호하는 사람도 없어요.]
길에서 만난 초등학생도 스콧 씨를 돕습니다.
[이건희/초등학교 3학년 : 차에 치일까 봐 걱정돼요. 엄청 큰 거 두 마리. {대박. 너 아주 좋아. 이렇게 손가락으로 아주 살살…}]
스콧 씨가 하루에 구조하는 맹꽁이는 400마리쯤 됩니다.
멸종위기종을 환경부 허가 없이 잡는 건 불법입니다.
스콧 씨가 할 수 있는 건 맹꽁이를 도로 밖 숲으로 몇 걸음 옮기는 것뿐입니다.
[문광연/한국 양서파충류학회 이사 : 맹꽁이는 평소 땅속에 있다가 장마철에만 나오거든요. 작은 웅덩이를 마련하고 울타리를 설치해서 도로로 넘어오지 않게…]
그동안 환경부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만 해놓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남 아산시청 환경보전과 : 작년에 외국인분이 신고를 해주셨다고. 일단은 저희가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보니까.]
취재가 시작되자 환경부는 그제야 현장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 : (맹꽁이를) 포획해서 이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 차에 치여 죽지 않도록 저희가 (지자체에) 지시를 할 수도 있는…]
스콧 씨는 맹꽁이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합니다.
[폴 스콧/영국 : 환경부에 지금 어떻게 맹꽁이 살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 내년에도 아무것도 안 하면 똑같은 상황일 것 같아요.]
이곳에서 맹꽁이는 매일 수십 마리씩 죽어갔습니다.
멸종위기종은 말 그대로 언젠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정만 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생태계는 흔들릴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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