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신경은 위에서 아래로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되려면 일정 시간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장애인의 활동 지원을 배운다는 것은 단지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목발을 짚는 사람을 부축하는 것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느 수강생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똥오줌 가리는 행위’의 두려움까지 이해해야만 활동지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수강생들이 늘 그 문제를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어려워하기에 가르치는 내가 늘 먼저 운을 떼야만 한다. 이렇게.
“지금부터 예민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가장 걱정하실 업무에 관한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제 말을 기억해주시겠어요. ‘신경은 위에서 아래로.’ 우리 몸에는 다양한 신경이 있습니다. 신경 하나만 두고도 운동신경, 감각신경, 자율신경 이렇게 자세히 나눌 수 있는데요. 운동신경에 손상을 입게 되면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장애인이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는 이유가 바로 운동신경 손상에 의한 것이죠. 반면 감각신경에 손상을 입게 되면 아픔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오래 앉아 계시면 엉덩이가 배긴다는 느낌 가져보신 적 있으시죠. 해당 감각신경이 손상된 장애인들은 그 ‘배긴다’는 느낌을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짓눌리고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차단되고 욕창이 생기거나 피부가 괴사하게 됩니다. 자, 자율신경은 어떤가요. 자율신경은 배뇨와 배변 등에 개입하죠. 자율신경에 손상이 있으면 배뇨와 배변에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다시 ‘신경은 위에서 아래로.’ 말을 떠올려보시겠어요. 가령, 다이빙 중 목신경에 손상을 입고 장애를 갖게 된 이는 목 이하 신체 부위의 ‘운동’ ‘감각’ ‘자율’ 신경 손상 증상을 겪게 됩니다. 경추 이하 위치한 손이며, 팔이며, 허리며, 다리 등이 영향을 받는 것이죠. 이번엔 등 흉추 부위를 떠올려보죠. 허리 요추 아래로는 어떤가요. 목부터 엉치까지. 언제나 그 아래에 있는 신체 부위가 하나 있습니다. 생식기입니다.”
“이제 어려운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혹시라도 ‘아들딸 똥오줌 가려준 적도 없는데 남의 대소변까지 처리할 만큼 삶이 처참해졌나’ 자책하는 분이 계실까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생리적 어려움은 수치심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 손상 증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전문 의료진은 신경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생리학적 지식에 따라 병원의 환자를 대합니다. 대소변 문제는 모욕감의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 사실의 일종일 뿐입니다.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게 되셨을 때 꼭 이 말을 떠올려주시길 바랍니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생리적 문제를 감정적 문제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교안에서 살펴볼 수 있듯 장애인이 마주하는 배뇨와 배변의 어려움은 모욕감을 의도한 게 아니다. 그러나 지난주 경기도교육감은 “(특수교사는) 심지어 대소변을 치우는 일까지도 홀로 감내한다”며 의학적 특성을 무시한 채 수치심을 호도하는 대국민 여론전을 주도했다. 인간의 몸이 지닌 생리학적 한계가 정쟁 담화 속 일순간에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제처럼 왜곡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는 신체적 장애의 의학적 특성을 마치 모욕적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와 부모, 특수교사들을 수치스럽게 만드는 건 정치인이 떠넘긴 정쟁 언어들이다.
변재원 작가·소수자정책연구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