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악의 세수 결손, 정부는 빚내서 감세하겠다는 건가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됐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세수가 향후 5년간 3조7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정안은 재정 건전성을 그토록 강조하던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지 않을뿐더러 기재부가 재정정책에 실력과 방향감각마저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올해 6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9조7000억원이 덜 걷혔다. 국세수입 총예산 400조원의 10% 수준이다. 진도율은 44.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포인트 부족한 수치다. 이 정도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세수 결손은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내비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대규모 세수 결손은 기정사실이다.
최근 세수 추계 오차율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높다. 결손 발생에 대해 기재부는 앞뒤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기재부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결손은 지난해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악화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을 제출했던 지난해 9월 초 이전인 6월부터 고환율·고물가·고금리와 대외여건 악화로 기업실적의 하락 경고음이 한국은행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나왔다. 기재부가 소득세 수입 감소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 부동산 거래량도 지난해 1분기부터 급격한 감소가 발생했다. 재정당국의 이런 실력과 태도라면 재정준칙 도입도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기회복이 이뤄지면 세입도 늘 것이라 한다. 그런데 한은은 5월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 1.4%로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차례 연속 낮췄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과는 정반대여서 한국만 경기회복 흐름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세출예산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남은 카드는 증세밖에 없다. 그간 정부·여당의 국가채무에 부정적인 태도를 차치하더라도 감세와 국채 발행을 같이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추 부총리는 국채 발행과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고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마법을 부리겠다”는 식으로밖에 안 들린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6조원 중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용이 강제되는 금액을 빼면 2조9000억원밖에 남지 않는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도 3조1000억원 정도다. 기금 여유자금을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여유 재원은 국고채 상환에 쓰는 까닭에 이 돈에 손대는 것은 국채를 발행하는 것과 같다. 다른 기금의 여유자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한 후 사용하는 것도 원리금 상환 의무가 있어 국채 발행과 매한가지다. 추 부총리는 예산의 강제 불용은 없다면서도 불용 상황을 확인하는 ‘꼼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마법과 꼼수가 아니라 정책실패 인정과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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