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의 기후변화 이야기] 기후 팬데믹,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후회할 날 온다

기자 2023. 8. 7. 20: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을 통해 치유됐지만
기후 팬데믹은
고칠 수 있는 백신이 없다
지구가 망가지면 끝이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강력한
기후 팬데믹을 불러올 것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 위해 행동해야
올여름은
한국 기후변화 대응 역사를
새로 쓰는 시간이 돼야
지금 함께 시작하자

2023년 여름, 지구가 펄펄 끓고 있다. 한국의 혹독한 물난리를 뒤로하고 미국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JPL)와 공동연구 논의를 위해 출장을 온 이곳 로스앤젤레스(LA)의 날씨도 매일 4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10여년 전 이곳에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도 여름 더위는 굉장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운 것 같다. 낮에는 살을 태울 것 같은 더위로 밖에 나가 잠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6일 밤 이곳 뉴스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흘러나왔는데 바로 옆 마을 가정집 수영장에 곰이 들어온 것이다. 보통 곰은 추운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 민가로 내려오는데 이제 여름 더위를 참지 못해 민가의 수영장에 몸을 식히러 온 것이다.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는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웃을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더 더워지면 더 많은 짐승들이 민가의 수영장을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더위에 지구 곳곳의 사람과 짐승, 그리고 식물마저 힘들어하고 있지만, 사실 기후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후변화 연구 내공으로 2022년 여름 이 지면을 통해 분명히 경고했다. “내년(2023년)부터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여름이 올 것이고 더 강력한 비가 당신의 머리 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다발로 발생해 복합재해라는 새로운 기후재난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다. 주사위를 돌리거나 점을 본 것이 아니라 정확히 기후 요소에 대한 모니터링과 모델링을 이용한 과학에 근거해 의견을 낸 것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사실 지난해에 그런 글을 쓸 때는 내심 틀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여세를 몰아 또 한번 예견을 해보겠다. 앞으로 이런 폭염과 폭우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고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계절을 바꿔가며 가뭄, 폭우, 폭염, 산불, 그리고 겨울 폭설까지 이상기후 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왜냐면, 간단하다. 기후가 분명히 변했기 때문이다. 수년 이내에 반드시 ‘기후 팬데믹’이 올 것이다. 아니 어쩌면 시작됐을지도 모른다.

아마 대부분 기후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생소할 것이다. 아직 이런 용어를 얘기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어색하긴 하지만 달리 이보다 적합한 용어가 없는 것 같아 본인이 기후 팬데믹이라고 정의해 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염병 팬데믹을 경험했기에 이제는 팬데믹이라는 용어가 뜻하지 않게 전 국민에게 친숙한 용어가 돼 차용을 했지만, 그 뜻을 살펴보면 아주 적절한 용어인 것 같다. 팬데믹이란 보통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양상과 아주 유사하다. 2023년 여름 한국의 폭우와 폭염, 중국의 폭우, 캐나다의 산불, 미국의 폭염, 알제리의 폭염, 인도의 폭염, 호주와 남미의 폭염 등 어느 대륙하나 빠짐없이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년 이내에 기후 팬데믹 닥칠 것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 배웠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가 여름이면 지구의 아래쪽 남반구는 겨울이다. 그런데 지금 한겨울인 남반구의 기온이 38도까지 치솟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과학의 상식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라는 강력한 요인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지구 곳곳에 폭염, 폭우, 가뭄, 홍수 등 극단적인 현상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이러한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욱 강해진다면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팬데믹인 기후 팬데믹이 올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얘기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팬데믹은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가 있기에 빠르게 대처하지만 기후변화는 그런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대부분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일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올여름 한국 충청도 지역에서 발생한 폭우 피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폭우 피해는 분명 기후변화의 영향이기 때문에 이제는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미국에서 일반 대중에게 기후변화를 알리기 위해 아주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Climate Central(클라이밋 센트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인류의 81%가 지난 7월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으며, 20억명이 매일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더위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은 폭염이 완전히 끝나지도, 여름이 지나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집계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심각하게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올여름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폭염의 대가는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의 사회경제적 피해로 나타날 것이라 전망된다. 이쯤 되면 기후변화는 충분히 걱정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몇해 전 내가 속한 서울대 연구팀은 기후예측 기술을 활용한 폭염 및 고령화 피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가 품고 있던 의문은 과연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 목표로 잡고 있는 1.5도 타깃 온도(산업화 이후를 기점으로 전 지구 평균 온도가 상승해 1.5도에 도달하는 것)에 도달하면 더 이상 뜨거운 여름은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5도에 도달하더라도 과거 10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뜨거운 여름은 찾아올 것이라 예측됐다.

고령화로 폭염 취약성 급증 예상

여기서 폭염이 강해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전 지구적인 고령화가 부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고령화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의 특징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인도와 중국 같은 지역은 강해지는 폭염과 고령화로 인한 이중고로 인해 피해가 아주 커질 것이라 예측됐다. 국가의 인구 구성비를 봤을 때 앞으로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10대들의 비율보다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나이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구구조가 바뀜에 따라 폭염에 대한 사회 취약성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여름철 기온은 더욱 상승하고 폭염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구 고령화는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이 기후 팬데믹을 막기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하는 이유이다.

언젠가 여러분도 나이가 들고 전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하는 2040년(2030~2050년 사이)쯤에는 지금보다 더 나이 들 수밖에 없다. 미래의 당신이 경험할 폭염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수준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알겠는가. 지금 기후변화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당신보다 건강할 미래세대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폭염에 취약해질 우리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기후 팬데믹의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백신을 통해 치유됐지만 기후 팬데믹은 고칠 수 있는 백신이 없다. 절대로 없다. 만약 백신이 있다면 그 백신의 능력은 영화에 나오는 신처럼 세상을 다시 창조하게 만드는 것과 같은 능력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고,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관광을 가고, 암을 정복하고, 노화를 막는 신비의 약을 만들어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망가지면 끝이다. 집이 없는데 초호화 가전제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023년 여름은 한국 기후변화 대응의 역사를 새로 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진행 중인 기후변화는 그 어떤 전염병보다 강력한 기후 팬데믹을 불러올 것이다. 개인, 지자체, 기업, 국가는 모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기후 팬데믹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지금 함께 시작하자. 무명 과학자의 간곡한 바람이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