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도 부담되는데 '브라이덜 샤워'까지?" 후끈 [이슈+]
최대 100만~300만원…"금전 부담 커"
관심 높아지지만 필요성 여부 논쟁도
"'브라이덜 샤워' 한다 vs 하지 않는다…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들어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논쟁거리 중 하나다. '브라이덜 샤워'는 결혼을 앞둔 신부를 축하할 목적으로 신부와 신부의 친구들이 모이는 파티를 뜻한다. 결혼 전 '추억 쌓기'라는 평도 있으나, '축의금 적정선' 논쟁에 이어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추세다. 브라이덜 샤워 진행 여부뿐 아니라 진행할 경우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지도 예비 신부와 그들의 친구들 사이에서 미묘한 고민으로 불거지고 있다.
브라이덜 샤워는 '신부에게 우정이 비처럼 쏟아진다'라는 의미로, 16세기 유럽에서 결혼을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신부를 위해 신부의 친구들이 결혼 자금을 모아 선물한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는 2008~2009년 '섹스 앤 더 시티', '프렌즈' 등 미국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점차 결혼을 앞둔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는 대규모의 인원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없게 되자, 4명~10명 내외의 인원으로 여는 '프라이빗 파티' 인기가 높아지고,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브라이덜 샤워 관련 사진을 올리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 브라이덜 샤워 관련 게시물은 122만9000여개로 집계됐다.
호텔업계는 물론 음식 케이터링, 사진 촬영업체 등도 브라이덜 샤워 관련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객실과 꽃다발, 모형 케이크, 풍선, 초콜릿 등을 포함한 호텔의 브라이덜 샤워 패키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공간과 소품 등을 비롯해 촬영 장비까지 대여하는 전문 스튜디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최소 100만원 이상, 영화 같은 연출을 위해선 300만원이 넘게 지출된다. 파티를 진행할 공간 대여비뿐 아니라 친구들이 맞춰 입을 의상과 소품에 신경 쓰다 보면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한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는지도 관건이다. 대개는 신부 측 친구들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부 본인이 감사의 마음으로 비용 지급을 돕거나, 신랑 측이 호텔 비용 등을 대신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31일 예비 신부 A씨는 한 결혼 준비 커뮤니티에 "개인적으로 (브라이덜 샤워는) 돈 아깝다는 생각에 안 하자는 주의였는데, 친구가 '하고 싶다면 해주겠다'고 물어본다"며 "친구에게 미안해서 선뜻해달라고 말을 못 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보여주기식이라서 하지 않는다"라거나, "지인들에게 부담 주는 것 같아 싫다", "돈 아깝다" 등의 의견을 내비쳤지만, "추억 남기기로 꼭 하고 싶다", "주고받고 해야 하니 할 것이다", "한 번뿐인 결혼이지 않냐"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지난 6일까지 브라이덜 샤워 키워드와 관련해 긍정 키워드가 7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SNS 게시글 내에서 평가된 구체적인 키워드로는 '좋다', '예쁘다', '사진 잘 나온다', '좋은 추억', '특별한 날' '마음에 들다' 등이 있었다. 브라이덜 샤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온라인상에서 브라이덜 샤워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58% 급증했다.
반면 일부 예비 신부 중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예식비가 점점 오른 데다,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결혼식 외 추가적인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는 8월 결혼식이 예정된 직장인 홍모 씨(28)는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축의금도 지인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래는 친한 친구들만 불러 추억 남기기용으로 브라이덜 샤워하고 싶었지만, 돈 때문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결혼이 예정된 지인을 둔 사람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직장인 배모 씨(30)는 "축의금도 20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브라이덜 샤워를 위해 친구와 맞춰 입을 옷, 당일날 줄 선물 등을 추가하니 거의 50만원을 쓰게 됐다"며 "식 따로, 행사 따로 하면 확실히 돈이 많이 나가는구나 싶었고 솔직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 씨(24)는 "솔직히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용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다"며 "정말 친한 사람들만 불러 결혼을 기념하는 문화는 좋다고 보지만, 밥 사주면서 축하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표시하는 정도가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결혼 전에 모여서 축하해주고 이런 파티를 갖는 건 나쁘진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을 잘해야 한다. 신부가 결혼 전 신경 쓸 점이나 고민 같은 걸 나누는 자리로 하되, 참석하는 친구들은 축의금을 내지 않게 하는 등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정을 형성하는 굉장히 성스러운 의식인데, 거기에 너무 물질적인 부분을 개입시키면 서로 간에 안 좋은 감정만 남을 수 있다"며 "외국식 문화를 들여올 때는 그 문화의 소박한 정신을 주로 가져오는 것이 좋다. SNS를 위한 사진이 호화스럽고 화려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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