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혼란의 KT는 정통 LG맨에게 수술 칼 맡길까

안하늘 2023. 8. 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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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30일 임시주총 열고 김영섭 후보 내정자 선임 처리
경영 효율화 전문가, 'IT·재무통' 평가
비대한 구조 KT 내부 개혁 힘쓸 것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내정된 김영섭 전 LG CNS 사장. 연합뉴스
"실질을 추구하고 효율을 매우 따지는 분이죠. KT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재계 관계자

국내 대표 통신사인 KT는 민간기업이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공기업' 문화가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대표가 3년마다 바뀌면서 KT 내부에는 실력보다는 줄서기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8개월 가까이 비어 있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김영섭 전 LG CNS 대표가 후보로 내정되면서 KT가 어떻게 달라질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T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7일 공시했다. 임시 주총에서 주주총회 참여 주식의 60%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최종 대표로 선임된다. ①내부 인물이 CEO 자리에 도전했다가 이미 두 차례 사퇴한 점 ②주주 추천에 따라 구성한 이사회가 최종 발탁한 인물이란 점 등을 고려하면 김 후보가 주총에서 낙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효율 중심 경영, KT 개혁 적임자" 평가

KT 서울 광화문 사옥. 뉴스1

김 후보를 오랜 기간 지켜본 한 재계 관계자는 "김 후보는 학연·지연, 순혈주의, 정치권 낙하산 등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기술 역량을 갖춘 정예 전문가를 키우는 데 집중해 온 만큼 KT에서도 조직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LG CNS 대표를 맡은 뒤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무에 치중했던 회사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2019년 발 빠르게 클라우드 전환·운영 서비스 기업(MSP) 사업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동안 국내 주요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IDC)를 마련하고 이를 다른 기업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로서 사업을 해 왔다. 하지만 LG CNS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CSP로부터 클라우드 인프라를 빌리고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을 돕는 MSP에 집중했다. 아마존 등과 직접 경쟁하는 것보다 시장 수요를 찾는 것이 합리적이란 판단에서다. 이후 LG CNS는 LG 계열사를 시작으로 대한항공, 한화생명, 엔씨소프트 등 대형 고객사의 클라우드를 운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후보가 실력 중심의 조직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2019년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역량이 뛰어난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는 인사 제도인 '기술 역량 레벨' 평가 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연차에 상관없이 역량 레벨 평가에 따라 승진을 할 수 있는 만큼 내부 반발도 있었지만 그는 30회 이상 공청회를 통해 직원들을 설득했다.

'재무통'인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은 태양광 사업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업 등은 과감히 정리하기도 했다. KT는 5만 명의 임직원과 50여 개의 자회사를 갖춘 거대 조직인 만큼 재편이 필요한 사업도 꽤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KT가 AI, 클라우드, DX 등 신사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김 후보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실적 뻥튀기', 단기 성과 중심 경영 경종 울릴 것"

시각물_김영섭 KT 대표이사 후보 약력

KT 이사회 역시 김 후보의 효율 중심 경영에 큰 기대를 걸고 대표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장기 계획 없이 CEO가 바뀔 때마다 전임 대표가 해왔던 사업이 정리된다거나 CEO 임기에 맞춰 내부 실적이 뻥튀기되는 등 주먹구구식 경영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KT 내부에서는 과감한 혁신을 기대하면서도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KT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 후보가 KT의 미래 성장에 대한 혁신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CEO로서 적임자임을 믿는다"면서도 "단기 성과에 연연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 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 운영으로 경영 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KT는 2023년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6조5,475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5% 증가한 5,761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증권 업계에서는 KT의 2분기 영업이익으로 5,204억 원을 예상했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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