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새만금이 던진 숙제
"계속 숨을 쉬면 되는 거야. 내일이면 태양이 떠오를 테니까." - 영화 '캐스트 어웨이' (2000)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서 혼자 4년을 버틴 남자 이야기가 23년이 흐른 지금 갑자기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덕입니다.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표류하는 영상이 게시되는가 하면 셔틀버스를 기다리다가 백골이 된 밈.
야생의 생존왕으로 불리는 유명 방송인 베어 그릴스가 새만금 행사장에 나타나자 '그럼 그렇지, 이건 생존 체험이었어'라는 우스개까지 떠돌고 있거든요.
물론 잼버리는 고생하러 오는 거 맞습니다. 야영지인 만큼 전기와 상하수도가 잘 구비돼 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스카우트들은 고생을 하면서도 도전하고 극복해 보람을 느끼러 온 거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물찬 바닥에서 자고, 수백 수천 마리의 모기에 뜯기며 땡볕에 쓰러지려고 온 게 아닙니다.
진짜 자연을 극복하게 하려면 살 수 있게 옮겨 다닐 자유를 주던가, 그게 안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다른 조치를 취해줘야죠.
아, 이상기온 때문이라고요?
이미 8년 전에, 일본 잼버리에서 폭염과 높은 습도, 벌레 문제 등으로 참가자 10% 이상이 병원을 찾았고, 2005년 미국 버지니아주 잼버리에서도 폭염으로 수백 명이 쓰러졌던 경험이 있는데, 그리고 분명 지구 온난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건 애들도 알지 않나요?
우린 대회에 사용할 충분한 예산과 인력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 돈은 또 다 어디로 갔을까요.
잼버리 준비 예산은 천백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야영장 시설 조성에 129억 원을 쓴 반면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엔 740억 원 이상을 썼다네요.
이 인건비를 받은 사람들이 지금의 이 엉망진창 잼버리를 만든 거죠. 이들은 뭘 한 걸까요. 그냥 운을 믿은 걸까요.
잼버리 기간 동안 다행히 날이 좋길, 다행히 물이 차오르지 않길,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길 말이죠. 그럼 기도라도 하셨어야죠. 그렇게 수백억 운영비 받아놓고 이제 와서 난 모르겠다. 뒷수습은 중앙정부에, 기업에, 종교단체에 넘기다니요.
직무 유기에 무책임까지, 잼버리에 참여한 아이들이 이런 건 배우고 가지 말아야 할 텐데 참 걱정입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새만금이 던진 숙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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