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순수한 근원과 운동성 시각적으로

김민경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2023. 8. 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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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A콜렉션]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 소개
김윤철, 크로마, 2019, 아크릴, 알루미늄, 고분자 폴리머, LED, 200×150×150cm

김윤철(1970-)은 과학의 물리적인 소재들을 입체 및 설치작업으로 구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1998년 추계예술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했고, 2004년 독일 쾰른매체예술대학교(Academy of Media Arts Cologne)에서 오디오비주얼 매체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서울과 베를린을 중심으로 70여 차례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에피포라 Epiphora'(쿤스트독 갤러리, 서울, 2009), '비정질 Amorph'(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독일, 2011), '자이어'(갤러리 바톤, 서울, 2017), '섬광 Glare'(바라켓 컨템포러리, 서울, 2019)이 있다.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프로젝트 갤러리 Galerie Projektraum'(KHM, 쾰른, 독일, 2004), '대-화 DIA-LOGOS'(ZKM, 칼스루헤, 독일, 2018), '깨진 대칭성 Broken Symmetries'(FACT, 리버풀, 영국, 2018)이 있으며, 2022년에는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나선 Gyre'의 작가로 선정됐다. 김윤철은 뮤온 입자, 하이드로겔 등의 전자 및 유체 물질을 소재로 역학적인 관계성을 실험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2019년 작 <크로마 Chroma>는 거대한 알루미늄의 원의 띠가 서로 엇갈리며 내부에서 금속물질이 빛을 발산하는 설치 작품이다. 276개의 셀로 채워진 이 빛의 생성 원리는 화학 물질인 '하이드로겔(Hydrogel)'이 운동하는 에너지이다. 작가가 직접 연구한 메타 물질로서 유체의 유동적인 역학 원리에 따라 개별의 알루미늄 셀들이 관절처럼 움직이며 서로 다른 형태의 빛과 색을 발산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우로보로스(Ouroboros)'를 상징하는 이 작품은 뱀의 머리와 꼬리가 연결되어 있는 원의 모양을 형상화 한 것이다. 물질의 가장 순수한 근원과 운동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사물의 보이지 않는 운동 에너지가 질적인 에너지로 치환하는 순환성을 보여주어 물질의 입자들이 서로 관계 맺는 지점을 철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영국, Work, 1968, 캔버스에 유채, 81.5×81.5cm

유영국(1916-2002)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불린다. 울진에서 태어나 일본 문화학원에서 공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조형이념에 기초한 미술그룹 '신사실파'(1947-) 동인으로, 1950년 후반 '모던아트협회' 등 여러 미술 그룹을 이끌며 한국의 모더니즘 미술을 이끌었다. 1960년대부터 산과 바다, 나무와 같은 자연물의 형상을 점, 선, 면, 색채 등 조형의 기본원리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추상화했다. 이로 인해 기존 회화가 지닌 재현의 한계를 넘어 극도로 절제한 선과 면으로 회화의 자유를 획득했다. 유영국의 작업엔 유난히 '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작품(WORK)> 역시, 산을 주된 모티브로 비구상적인 형태의 자연을 탐구하였다. 산을 삼각형으로 골짜기를 직선으로 환원하며 기하학적인 구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강렬한 원색과 면 분할, 절제되고 엄격한 구성으로 자연의 숭고미가 함축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회화의 구조적인 본질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이후 동경국립근대미술관에서 개최된 '한국현대회화전'(1968)에 출품된 작품들과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크다.

김동유, 얼굴-김구, 2005,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김동유(1965-)는 목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데뷔 이래 갤러리 현대, 스티드 크라우틀러(뉴욕), 성곡미술관, 이화익갤러리, 브라운베렌스갤러리(뮌헨) 등에서 17회 개인전을 가졌다.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동유의 〈마를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당시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여만 원에 낙찰되면서 그는 전국적인 화가에서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나게 됐다. 당시 작가가 활동하던 대전에서 그의 작품은 매우 독특한 편이었다. 그의 주된 작품의 키워드는 '이중화'다. 멀리서 보는 이미지와 가까이서 보는 이미지가 다른 두 이미지로 이루어진 화면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망점이라는 회화적 수단을 이용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김동유는 망점 그 자체에 집중하여,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망점이 어떤 시지각의 작용을 통해 환경을 만들어내는지에 주목한 것이다. 이렇듯 그는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자신이 가진 성향을 끌어내서 본인이 흥미로워하는 것을 찾아서 실현시키는 도전적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얼굴-김구>는 망막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그의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그가 그리는 얼굴은 대부분 국내외 역사적 인물들이지만, 전체의 얼굴 이미지와 부분의 얼굴 이미지 사이 필연적인 연관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김구'를 구성하는 작은 망점들의 얼굴들은 김구 시대의 민중들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마오쩌뚱을 그릴 때 시진핑의 얼굴이 작은 이미지로 들어가거나, 케네디의 얼굴 안에 마릴린 먼로의 얼굴이 작은 망점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당대를 살았던 정치인들과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 혹은 민중의 얼굴은 분리되면서도 분리되지 않는 관계를 이룬다. 즉 전체이면서 부분으로, 부분이면서 전체로 돌고 돌아가는 이미지의 순환 속에서 우리는 김구의 역사적 의미나 한 개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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