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검은 고양이 네로의 색채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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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노래가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노랫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검은고양이의 이름 '네로'는 이태리어로 검정색(nero)을 뜻한다고 한다.
대체로 검정색은 어두움, 불길함, 침묵, 공포감 나아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중후함, 세련미, 도회적, 고급스러움을 지닌 색채로 인식하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검정색이 새까맣게 보이려면 상대적으로 흰색과 나란히 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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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노래가 경쾌한 리듬과 흥겨운 노랫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검은고양이의 이름 '네로'는 이태리어로 검정색(nero)을 뜻한다고 한다. 대체로 검정색은 어두움, 불길함, 침묵, 공포감 나아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반면 중후함, 세련미, 도회적, 고급스러움을 지닌 색채로 인식하기도 한다.
한자문화권에서 검정색은 흰색과 마찬가지로 색깔이 없다는 뜻의 무채색으로 분류한다. 흥미로운 것은 색채학에 따르면 가장 어두운 검정색과 가장 밝은 흰색을 밝기에 따라 0에서 10까지의 11단계로 나눠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무채색의 차이를 무려 11단계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색채가 품고 있는 다채로움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검정색과 흰색은 서로 대치되고, 반대편에 마주한 보색관계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검정색이 새까맣게 보이려면 상대적으로 흰색과 나란히 있을 때다. 흰색도 마찬가지다. 대척점에 놓인 관계이지만 나란히 놓였을 때 서로가 더욱 돋보인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림의 세계에서 단순히 검정과 흰색만을 사용했음에도 불구 훌륭한 작품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최근 국제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70년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의 '백색주의 회화'가 대표적인 예다. 주로 흰색을 사용해 화면을 채워 완성된 일련의 작품을 백색회화로 칭했는데, 수십여 년이 지난 근래에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기 그지없다. 비슷한 시기의 서양에서는 단색조로 이뤄진 미니멀회화가 미술사의 한 획을 장식하기도 했다. 극히 한정된 검정과 흰색만으로도 수준 높은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는 흰색과 검은색 사이 11단계의 미묘한 차이를 절묘하게 변주하거나, 혼합해 다채색의 그림 못지않은 풍부한 색감을 드러내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화가가 그림을 통해 시선을 사로잡으려할 때 자주 사용하는 색채구사기법이 보색대비다. 색상환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는 반대색을 나란히 배치, 대비시키면 시선을 끄는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서다. 보색대비 효과는 시선을 끄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보다 보면 쉽게 피로감을 주는 취약점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보색대비효과를 사용하는 예는 실로 다양하다. 지나다니는 시민의 시선을 끌기 위한 광고, 간판 그리고 안전을 유도하기 위한 표지판 등 그 쓰임새는 부지기수다.
오늘날의 시대상을 정리해보라 한다면 '색채의 상실시대'가 어떨까 한다. 조화로운 색채의 대비, 배열을 통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하기 보다는 색채를 부정하고 심지어 제거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색과의 차이와 다름을 배척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 사이의 다양성을 포용한다면 상실된 색채는 쉽게 회복할 수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등소평의 지혜가 새삼스럽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다채로운 색채 때문이 아닐까. 시시각각 다채로운 색채를 제공하는 자연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자연은 색채를 회복하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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