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언론과 여야의 입장차

이은지 2023. 8. 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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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8월 5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의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송경재 교수님과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송경재 교수(이하 송경재)> 송경재입니다. 안녕하세요.

◇ 최휘> 대통령실에서 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지명했습니다. 앞으로 인사청문회 등의 일정이 남아있는데요. 언론계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거든요. 이번 주엔 관련해서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지명 상황부터 복기해주신다면?

◆ 송경재> 네.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계에서 예측한 인물인 이동관 후보자를 지명했는데요. 이번 지명 과정에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이 후보자가 참석하여 앞으로의 방통위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동관 후보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미디어 산업 환경이 격변하는 중요한 시점에 중요한 직책에 지명돼 어깨가 무겁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드리고 이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 복원, 자유롭고 소통이 이뤄지는 정보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이동관 후보자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대해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언급했는데요. 이 후보자는 세계 각국이 글로벌 미디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환경 변화 속에서 각축하고 있어 미래의 일자리 먹거리 창출에도 매우 중요한 분야인만큼 과감한 규제 혁신, 정책 지원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미디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는 "대한민국에도 영국 BBC 인터내셔널이나 일본 NHK 국제방송처럼 국제적 신뢰와 인정을 받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며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거대 유통기업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최휘> 그런데 이 후보자가 언론 브리핑에서 BBC '인터내셔널'이나 NHK '국제방송'을 지칭해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긴 건가요?

◆ 송경재> BBC 인터내셔널이나 NHK 국제방송은 무엇인가? 궁금한 부분이 생기지요.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공영방송 모델인 BBC, NHK 자체가 아니라 인터네셔널과 국제방송을 표방했단 점에 대해 <미디어스>(7월 31일)가 김민하 저술가의 기명칼럼으로 분석했는데요. 먼저 김민하 저술가는 칼럼 통해서, '단지 BBC나 NHK의 국제적 신뢰도를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큰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현재 정부 여당이 KBS에 대한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고, 또 여당 일각에선 일부 방송 채널에 대한 민영화까지 언급하는 상황까지 보면, 국내 뉴스보다는 해외 뉴스 해설에 신경쓰라는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구심을 제기했습니다. 칼럼 내용을 보면, 특히 NHK의 경우를 들어 2012년 집권한 2차 아베 신조 내각이 NHK 경영위원회를 장악하고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을 설명했는데요. 당시 선임된 모미이 가쓰토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제뉴스의 방향에 대해 "정부가 '우'라고 하는 것을 '좌'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것을 지적했습니다. 즉 정부의 방향에 맞는 언론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당시에 일본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됐단 겁니다. 일본 정부는 이후 실제로 NHK 국제방송을 담당할 '전문가 모임'을 설치한다는 구상을 내놨고 NHK 국제방송에 독도를 포함한 영토문제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해외에 일방적으로 전하는 나팔수의 역할을 강요했던 사례가 있다고 칼럼에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실제 1996년 NHK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한국의 피해자들에 대한 취재도 진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법무성의 문제제기로 이 프로그램의 제작은 돌연 중단되었습니다. 그리고 NHK는 2001년 '일본군 성노예 여성국제법정'을 다룬 '전쟁을 어떻게 심판할 것인가'란 프로그램을 4부작으로 편성하였는데, 당시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2회의 경우 극우파 정치인들의 압력에 굴복한 NHK 임원들에 의해 편집되기도 했습니다.

◇ 최휘>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좀 분석해보자면, 국내뉴스보단 정부 입장에서 해외뉴스 중심으로 언론이 역할해야 한다는 역할론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그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 송경재> 공영방송은 공영방송의 가치가 있고 BBC나 NHK 역시 오랜 공영방송의 역사 속에서 오늘날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특정한 방향을 세워두고 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내부적으로 즉 언론계에서 스스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더 좋단 칼럼 의견이 있어서 소개해봤습니다.

◇ 최휘>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지명 둘러싸고 먼저 정치권의 반응은 어떤가요?

◆ 송경재>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연히 지지의사를 보였고요. 야당은 예상대로 상당한 반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겨레> 7월 29일자 "민주당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철회해야…국민의힘 발목잡기 그만"이란 기사에서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잘 보여 주었습니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변인 논평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지명은 이 후보자가 우리 방송 생태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경험과 의지를 모두 갖춘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윤 대변인은 "문제가 있다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검증하면 된다"며 "민주당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가 온갖 억측을 전제로 나온 '방송장악을 위한 임명'이라고 하나, 그 주장 자체가 자기모순"이라고도 지적했고요. 이에 대해 야당은 역시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자녀 학폭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가 '학폭' 자녀를 위해 학교에 구체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과 관련, 이 후보자는 아들이 재학 중이던 하나고 김승유 당시 이사장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전화했을 뿐이라고 했으나,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고 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 최휘> 예상대로 청문회를 앞두고 벌써부터 첨예하게 대립하는 기미가 보이는 군요. 언론계나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는 어떤가요?

◆ 송경재> 아무래도 이동관 후보자의 지명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청문회와 임명 과정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언론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이동관 지명자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장악'을 주도한 인물로 꼽혀 언론계의 비판을 받아 왔다고 지적하고 방통위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7월 28일자 <한국기자협회보>의 "언론계 반대에도...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이라는 기사제목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반대의 목소리가 큰 것 같습니다. 특히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 회원 1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난 방송에서도 이야기 드렸는데요. 반대한 이유로는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어서'라는 답변이 80.3%(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전국언론노조와 한국PD연합회 등도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후보지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고 언론현업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 지명 철회 촉구'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의 비주류에서도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유승민 전 의원입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이동관이라는 그분을 굳이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려는 건 지금 KBS, MBC, YTN 이런 공영방송, 특히 방송 전반을 장악하기 위한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유 전 의원은 "MBC, KBS가 과거에 문제가 있었으면 바꾸는 것까지는 좋다. 제대로 된 정말 구성원들이 원하고 공영방송을 진짜 제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사장, 임원들, 방송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하나도 안 보인다"며 "이동관이라는 사람을 보내는 것은 KBS, MBC 사장을 바꾸고 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나팔수, 하수인이 되는 방송을 만들고 나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 최휘>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일 인사청문준비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선전·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의 신문과 방송을 우리가 언론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언론을 공산당 기관지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 송경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이야말로 방송 장악 전문가"라고 역공을 펼치며 적극 엄호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 정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언론장악을 했는지 법원 판결에 의해 드러나고 있다"며 "언론 편향성을 바로잡겠다는 것을 언론 장악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상대로 이념의 딱지를 붙여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렸다"며 "'공산당'이라는 표현은 더더욱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 최휘> 여기에 이번달 말, 여당과 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2명의 임기도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방송과 통신정책을 좌우할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대립이 지속될 것 같은 우려가 드네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송경재> 네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상지대 사회적 경제학과 송경재 교수였습니다.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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