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잠겼거나 찜통…더 열 받는 무더위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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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인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퉈 무더위 쉼터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6만개나 있다고요.
그런데 막상 가보면 쓸모 없는 곳들이 수두룩합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 기자입니다.
[기자]
왼쪽엔 에어컨 실외기가, 오른쪽엔 흡연부스가 있는 건물 옥상입니다.
더위를 피할 데가 없어서 땀이 계속 나는데요.
여기도 무더위쉼터랍니다.
말만 쉼터인 곳들 찾아가보겠습니다.
해가 옥상 전체를 쨍하게 비추고 벤치는 뜨겁게 달궈졌습니다.
온도는 45도를 넘었는데, 그나마 있는 그늘은 흡연부스가 전부.
취재진도 땀범벅이 됐습니다.
하남시청 옥상은 100명을 수용하는 무더위쉼터로 지정돼있지만 '쉼터' 표시도, 쉼터를 위한 구조물도 없습니다.
[하남시청 직원]
"쉼터요? 쉼터가 어딘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 흡연장소인데…."
파주의 한 무더위쉼터.
어린이공원엔 나무그늘이 겨우 햇빛을 가렸습니다.
어르신들은 부채질을 멈추지 않습니다.
[정천영 / 경기 파주시]
"그늘막 좀 해놨으면 좋겠어요. 아우 덥죠. 어디 갈 곳이 없어, 노인네들은. 이제 기껏해야 이런 데만…."
해 방향이 바뀌면 벤치에 앉지도 못합니다.
[장송자 / 경기 파주시]
"종이 깔고 (맨바닥에) 앉아, 여기 해 들어오면…. (실내) 쉼터 하나 있으면 좋지. 맨날 가서 할머니들 다 놀지."
덩그러니 놓인 정자도 무더위쉼터.
관리가 전혀 안 돼 사실상 주민들 창고가 됐고, 올라가는 계단은 아예 부서져 있습니다.
정자 안 온도는 땡볕과 비슷합니다.
'쉼터' 현수막만 있고 앉을 곳이나 그늘 하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야외 무더위쉼터는 폭염 취약계층에 접근성이 좋고 재해 위험이 없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는 애매한 기준만 마련돼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전국 6만 247곳의 무더위쉼터 중 더위에 그대로 노출되는 야외 쉼터만 6천8백여 곳에 달합니다.
실내 무더위쉼터는 냉방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기준이 있지만 정작 이용엔 제한이 많습니다.
지금 시각이 오후 1시 기온은 33도인데요. 무더위쉼터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습니다.
취재진이 돌아본 곳 중 세 곳은 아예 운영되지 않았고, 열려있는 곳 중에는 일반인 이용을 막는 곳도 있었습니다.
[경로당 이용자]
"경로당 회원들만 오는 거지.(무더위쉼터라고 적혀 있잖아요.) 아니야. 가입해가지고 회원들, 할머니들. 회원들만."
아파트 안에 있다 보니 외부인은 이용을 엄두도 못 냅니다.
[인근 주민]
"몇 사람만 이렇게 점령하고 있으니까… 문제야."
정부가 경로당에 냉방비 지원까지 해주고 있지만 정작 아무나 이용할 수가 없는 겁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상시 개방을 해주십시오'라고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데요. 각 경로당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다보니까 강제할 수는 없는…."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안 되는 무더위쉼터.
숫자만 늘려놓은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장동하 윤순용
AD : 석동은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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