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정보관, 거듭 '삭제 압박' 진술…정보라인 "규정 지시"
법원 "규정 '목적 달성' 의미 무엇이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보고서 삭제 의혹 재판에서 경찰 정보라인이 삭제를 종용했다는 진술이 거듭 나왔다.
피고인 측은 목적 달성 보고서는 삭제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시했을 뿐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법원은 '목적 달성'의 의미를 따지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7일 오후 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경정)의 공판을 열었다.
증인으로 참사 이후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핼러윈 관련 보고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취합했던 용산서 정보관 정모 씨가 출석했다. 윗선에 삭제를 지시받아 본인이 작성한 관련 보고서를 삭제했던 정보관 이모 씨도 출석했다.
정 씨는 현재도 용산서 정보과에서 SRI(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특별정보요구)와 정책 첩보를 담당하고 있다. SRI는 상급 기관이 특정 사안이나 이슈를 놓고 현장 분위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하급 기관에 내려보내는 체계다.
정 씨는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31일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보고서가 작성됐다'는 SBS 보도 직후 김 전 과장과 사무실에 함께 있었다. 그는 증인으로 출석했던 보고서 작성자 김모 씨가 당시 김 전 과장과 대화 나누며 "나보고 어떻게 하냐"며 항의했다고 진술했다.
같은 해 11월2일에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용산서를 압수수색했는데 그 뒤에도 삭제를 지시했으며, 전에도 여러 차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특정 지어 말하지는 못하지만, 전으로 여러 차례 있었다. 끝나고는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부장 등은 '목적이 달성한 보고서는 폐기한다'는 규정에 따르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부장 측은 "규정상 이태원 사고 당시 보고서들은 존재하면 안 됐던 것이 아니냐. 김 전 과장은 목적이 달성된 것을 일괄 삭제하라고 지시했잖냐"라고 말했다.
서울청 SRI인 '할로윈 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을 작성한 이모 씨는 "2일 압수수색이 끝나고 과장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했으며, 4일 김 씨 보고서 외에 핼러윈 보고서가 있냐는 (김 전 과장) 질문을 받아 '휴지통'에서 복원해 제출했다"고 증언했다.
피고인 측은 보고서 자체가 크게 인파를 우려할 만한 보고서가 아니었지 않았냐는 주장을 펼쳤다. 보고서 삭제 행위는 규정에 따른 것이며 삭제했더라도 참사에 영향을 줄 수 없었을 것이라는 논리로 풀이된다.
이 씨가 작성한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 우려' 보고서를 놓고 김 전 과장 측은 "해당 보고서는 제복 관련일 뿐 인파 운집 내용은 없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이 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피고인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삭제 규정의 의미를 따져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정보 목적 달성이라는 게 보고를 의미하냐"고 물었다. 이에 이 씨는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 없다. 사건 터지고 고민했으나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직후 용산서 정보관 김 씨가 작성한 상황보고서인 '할로윈축제 공공안녕 위험분석'을 정보관 곽모 경위에게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곽 경위는 지시를 받아 삭제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서울경찰청 SRI 보고서 '할로윈데이, 온오프 치안부담요인'과 정책자료 '할로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행위 우려', 경찰청 SRI '가을축제행사 안전관리 실태 및 사고위험 요인' 등 3건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4일 오후 2시에 열린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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