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관심 끌려 살인예고…‘트롤링’ 공포에 빠진 한국

조성우 기자 2023. 8. 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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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이를 모방하는 살인 예고 게시글이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린다.

지난달 신림역에 이어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면서 공포감이 확산하는 와중에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 예고 글이 우후죽순 늘면서 전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살인예고 글이 급증하는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관심받고 싶은 '트롤링(trolling)'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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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87건 예고·59명 검거…피의자 대부분 10대, 20대
트롤링 : SNS 등 반응을 즐기는 무모한 행동

- ‘좋아요’·댓글에 목말라 범행

- 인터넷 장난이라도 무시 못해
- 경찰 인력 낭비 심각한 피해
- “엄중한 처벌·정보공유 필요”

최근 ‘묻지마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이를 모방하는 살인 예고 게시글이 온라인에서 기승을 부린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서 ‘관심’을 받기 위해 저지르는 무모한 행동(트롤링)이 반복되는 것으로 보고 신속하고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적으로 살인예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7일 부산 연제구 한 시민이 ‘살인 예고’가 발생한 지역을 정리해주는 웹 사이트에서 실시간 예고 위치를 살펴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오전 7시 기준 전국 살인 예고 글은 총 187건이며 이중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신림역에 이어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이 터지면서 공포감이 확산하는 와중에 하루가 멀다하고 살인 예고 글이 우후죽순 늘면서 전국이 공포에 떨고 있다.

살인예고 글이 급증하는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관심받고 싶은 ‘트롤링(trolling)’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롤링은 관심 유발을 뜻하는 말로 고의로 불쾌한 내용을 온라인에 올려 사람들의 감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행위다. 살인예고 글 역시 자극적인 내용이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작성자는 이를 통해 희열을 느낀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선임연구원은 “살인 예고 글로 검거된 피의자들을 보면 주로 10~20대가 많은데,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인터넷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며 “SNS에서 받는 ‘좋아요’와 ‘댓글’ 반응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소위 ‘소영웅주의’라고 불리는 행동이 그들에게는 일상적이다”며 “신속한 검거와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전 기준 검거된 피의자 59명 가운데 57.6%인 34명이 10대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혐오 콘텐츠가 양산되면서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온라인상에 ‘부산대역 흉기 난동’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는 등 유언비어가 속출하고 있다. 시민 최모(27) 씨는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말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며 “최근 살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만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서울 도시철도 9호선 신논현역에서도 ‘가스 테러다’ 등의 신고가 들어와 승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지만 오인 신고로 밝혀졌다.

장난삼아 올린 트롤링으로 경찰 인력도 크게 낭비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범죄 우려 지역 198개소를 선정해 기동대·특공대·형사·지자체 등 800여 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특히 김해공항은 이날 폭탄 테러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특공대를 비롯해 100여 명이 치안 근무에 투입됐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내 살인 예고 글은 총 7건으로 3건이 검거됐고 4건은 수사 중이다.

백석대학교 김상균(경찰학부) 교수는 이러한 범죄도 유행을 가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모방성 범죄는 유행 또는 경향성을 가진다”며 “지금은 ‘공항에 폭탄을 설치했다’ ‘방화하겠다’는 식으로 유사하되 조금씩 변형된 예고 글이 더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장난삼아 올린 글이 심각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인식시켜 범죄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사회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범죄 예고 장소와 시간을 시민에게 어느 정도 공유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대응 방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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