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속 '코리아 원팀' 깃발든 전경련 …"미래 교두보 역할"
'정경유착 굴레' 영욕의 전경련
6년간 사실상 조직 좌초상태
류회장 선임으로 새출발 채비
공급망 위기등 세계 정세급변
한국 재계 대표단체 역할 주목
전경련 혁신 가장 적합한 인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류진호(號)'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2017년 사실상 조직이 좌초된 지 6년여 만에 새로운 돛대를 세우고 바다로 다시 나아가는 셈이다. 8월 4일자 A1·13면 보도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맡은 것은 몇 가지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이다. 이 같은 무역전쟁 속에서 전경련이 대기업 연합체로서 주축이 돼 다른 경제단체들과 '코리아 원팀'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김병준 회장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선 이후 류 회장이 전경련 수장을 맡을 최적임자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류 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20년 이상 전경련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하는 전경련 위상에 대해 그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기업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간 재계 관계에서도 남다른 네트워크를 발휘해온 그는 재계의 국제행사 때마다 앞장서서 일해왔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 3일 열린 전경련 부회장들 모임인 회장단 회의에서 류 회장 추대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이 자리에 모든 부회장이 모인 건 아니지만 그들의 의견을 대체로 수렴해 오는 22일 임시총회 때 류 회장을 후임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류 회장은 지식이 풍부하고 영어 구사 능력, 국제회의 경험 등도 탁월하다"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정·재계 인맥도 독보적일 정도로 남달라 전경련 혁신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전경련 내에 '다음 세대로 가는 교두보' 역할이 절실한 시점에서 류 회장은 글로벌화를 혁신의 무기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류 회장은 지난 4월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전경련 회장단 가운데 유일하게 일주일 먼저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전경련 부회장 자격으로 미국상공회의소 소속 기업인들과 만나며 사전 만남 대비 작업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류 회장 선임은 전경련의 지향점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5월 전경련은 출범(1961년) 당시 명칭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김 회장직무대행은 "윤리경영위원회를 설치해 비기업인 중심 외부 인사로 꾸리고 회원사들이 물질적·비물질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부당한 압박으로부터 차단할 것"이라며 "전경련이 그간 시민사회보다 정부와의 관계에만 치중해 역사의 흐름을 놓쳤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풍산은 국내 재계 순위로 보면 10대 그룹과 같은 위상은 갖지 못한 기업이다. 이 때문에 류 회장이 전경련 수장으로서는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초대 회장을 맡은 데 이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 허창수 GS 명예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전경련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전경련이 김 회장직무대행 체제를 거치며 정경유착 탈퇴와 대국민 소통 강화 등에 주력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 "하지만 이를 완성하는 것은 결국 4대 그룹의 재가입이고 이들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나서야 옳다"고 말했다.
물론 류 회장 체제 출범에 대해 희망적인 시각이 더욱 많다. 그의 남다른 '스펙' 때문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국가 간 '가치동맹' 얘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에겐 미국과 일본이 명실상부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이 점에서 한일경제협회와 한미재계회의에 모두 몸담은 바 있는 류 회장이 민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탄탄히 구축해 우리 기업과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어젠다를 끌어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오는 22일 임시총회에서 새 회장으로 확정되면 그날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다만 한국경제인협회로 단체 명칭을 변경하는 건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을 거쳐야 하고 정관도 바꿔야 하기 때문에 9월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 2월 정기총회 때는 류 회장 임기가 6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어서 이때부턴 류 회장의 남은 임기인 1년6개월이 시작된다. 2025년 8월에는 그의 임기 2년 시점에서 공식 임기 2년인 그의 재선임이나 신임 회장 선임이 결정된다.
류진 회장
△경북 안동 출생 △서울대 영문학과 졸업 △풍산 회장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
[서진우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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