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영섭號 출항 전 '입김' 불어온다면 …
CEO 내정한 KT 향한 의문
KT 이사회 새 CEO 김영섭 낙점
LG CNS 초장기 CEO로 역량 뽐내
재무통인데도 ICT 전문성 뛰어나
외부인사라 카르텔 비난 어려워
뛰어난 경력으로 반대 명분 부족
그럼에도 외풍 언제 불지 몰라
KT가 CEO 공백 위기를 해소할 조짐이다. 최근 KT는 혼란에 빠진 회사 경영을 수습할 차기 CEO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지적받던 KT 카르텔과도 무관하다. 그럼에도 그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변수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 KT는 언제든 정치권력의 입김에 흔들릴 수 있어서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이 KT 차기 CEO(최고경영자)에 낙점됐다. KT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전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명의 후보자를 심층 면접한 후 내놓은 결과다. KT는 8월 말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김영섭 내정자를 CEO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그의 임기는 2026년 정기주총까지다.
김 내정자는 업계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를 두고 KT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란 평가까지 나온다. 정치권과 관련이 없다는 점도 강점이다. 여권이 비판하던 'KT 카르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전문성 또한 탁월하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일견 수긍이 간다.
김 내정자는 1984년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40년가량을 LG그룹에서 일했다. 2015년 12월 LG CNS 사장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7년간 '선장 역할'을 해왔는데, 성적표도 좋았다.2015년 3조2302억원이던 LG CNS의 매출은 지난해 4조9696억원으로 53.8%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59.2%(839억원→3853억원) 늘어났다.
김 내정자는 통신 전문성도 갖췄다. LG CNS의 키를 잡기 전 김 내정자는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 내정자를 차기 CEO로 낙점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
새로운 KT의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 때문인지 업계에선 김 내정자가 무리 없이 KT의 선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KT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나 현대차그룹 역시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아직 이르다. KT의 전례前例에 비춰볼 때, 김 내정자가 '공식 CEO'에 오르기 전까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ㆍ디지코)'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으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구현모 전 KT 대표와 오픈 프라이머리식의 경선에서 33명의 후보와 경합해 낙점된 윤경림 전 사장이 낙마한 것처럼 외부에서 '입김'을 불어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KT는 심각한 수렁에 빠진다. 과거 KT는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지배구조를 개선했다. 그런데도 CEO를 선임할 땐 번번이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KT와도 무관한 김 내정자마저 '설화'에 시달린다면 KT의 미래는 더 불투명해진다.
나쁜 변수는 또 있다. 사정당국의 KT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최근 구현모ㆍ남중수 전 KT 대표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겸 대표이사 직무대행도 대상에 올랐다.
검찰은 KT 전ㆍ현직 임원들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발생한 수익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 내정자는 이런 우려들을 이겨내고 순조롭게 KT호號를 이끌 수 있을까. 아직까진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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