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누가 누구를 혁신하나"…'김은경 혁신위' 겹악재에 사면초가

김주훈 2023. 8. 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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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비하' 논란 거짓 해명 의혹 제기…도덕성 리스크 점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김은경 위원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로 곤욕을 겪고 있다. 당의 도덕성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김 위원장의 잇따른 설화가 더 부각되면서 위원회 출범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당 안팎의 비판은 물론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역대급 '사면초가'에 마주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일 김 위원장의 소위 '노인 비하'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혁신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김 위원장의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지자 이 대표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개인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기회를 잡은 여당의 공세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노인 비하' 해명

'노인 비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사과는 논란 나흘만인 지난 3일 이뤄졌다.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인 이후, 대한노인회 사과 방문도 나섰다. 이번 사태로 혁신위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해명이 논란을 해소하기는 커녕 또 다른 쟁점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시누이의 폭로로 불거진 이번 논란은 사생활의 영역이긴 하지만, 김은경 위원장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친인척의 입으로 제기됨에 따라 도덕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노인회 사과 방문 당시 노인 비하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를 18년간 모셨고, 작년 말 선산에 묻어드렸다. 어르신에 대해 공경하지 않는 마음을 갖고 산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자신을 김 위원장의 시누이라고 밝힌 김모씨가 갑자기 등장해 김 위원장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씨는 김 위원장에 대해 "명절은커녕 자기 남편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우리 가족을 기만했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큰아들이라고 밝힌 A씨가 김씨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가족사를 공개하며 "고모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희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거짓말로 공격하셔서 정말 참담한 마음"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 혁신을 주도할 혁신위가 여러 논란은 물론 사생활까지 부각되는 상황에 놓이자, 당내에선 "도덕적 명분과 신뢰를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살리는 혁신 방향을 제시하기는 커녕 당에 부담만 주고 있다. 혁신위가 혁신 대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직격했다. 한 민주당 의원도 통화에서 "사생활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다만 혁신위에 논란만 남은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긴 하다"며 전면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재명 리더십 리스크로 옮겨붙은 김은경 설화

이번 김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혁신위 해체론에 머물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리스크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여당은 물론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야당에서도 김 위원장을 선임한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혁신위 논란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리더십 상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표등가성을 부정하는 노인폄하 발언으로 세대 편가르기, 잘못 해놓고 사과할 줄 모르는 리더의 모습 등 누구의 추천으로 민주당 혁신 열쇠를 맡겼는가"라면서 "이제 이 대표가 '거짓 혁신 프레임'으로 민주당을 과거 정당으로 되돌리려는 혁신위의 행태에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공세의 기회를 잡은 여당의 비판은 더욱 매섭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혁신위가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규정하며, 이 대표에게 혁신위 해체를 촉구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에 대한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다. 아니 대체 누가 누구를 혁신하겠다는 것인가. 김 위원장이 자진사퇴하거나 이 대표가 즉각 경질로 사퇴를 수습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직격했다.

결국 여러 설화에 동력을 잃은 혁신위는 이달 중 활동을 조기 종료하기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당초 9월 초까지 예정된 활동 기한을 당겨 이달 말 조기 종료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8일부터 순차적으로 여러 혁신안을 공개하며 활동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발표될 혁신안 중에 당내 계파 갈등의 중심에 있는 대의원제 축소·폐지 방안이 담겼다는 것이다. 당초 지역 간 당원 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제도지만,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에 해당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촉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문제제기가 발단이 됐다. 그러나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명계 일각의 우려가 거세만큼,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갈등은 조기 활동 종료 이후에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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