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환경정화... 나눔의 씨앗들, 웃음꽃 활짝 [창간 35주년, 지역의 힘]

김은진 기자 2023. 8. 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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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층 찾아 집수리 돕는 ‘우리다’
환경 개선 활동 ‘민속마을 지킴이’

과거 지역은 삶의 터전이자 지역민들과 정겹게 지내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었다. 같은 지역에 살면서 서로의 사정을 알고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고충을 털어놓는 등 가족만큼이나 가깝게 지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의 지역은 이웃에 대한 관심이 끊기고 개개인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일정한 공간 영역이라는 의미만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삭막한 분위기에서도 지역과 이웃을 위해 사랑의 힘을 실천하는 시민들이 있다. 작은 힘으로 단기간 지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없지만 이들은 꾸준히 지역을 가꾸며 무심했던 지역에 관심을 북돋고 지역 활성화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경기도내 지역에서 소박하지만 특별한 활동으로 지역에 힘을 보태는 이들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되짚어 봤다.

우리다 단원들이 집수리 활동 이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우리다 제공

■ 집수리로 통하는 마음, ‘우리다’

20년 가까이 수원지역 혼자 사는 어르신 등 주거취약계층의 오래된 집을 고치며 어두운 마음에 환한 불빛이 된 사람들. 수원지역에서 집을 수리해주는 사람들, 우리다의 단원들이다. 10여명의 우리다 단원들은 수원지역 어르신들 사이에서 소통 창구로 통한다. 철물점 운영자, 초등학교 교사, 가정주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한 달에 두 번에서 하루 두 번까지 낡은 장판을 교체하고 오래된 벽지를 뜯어내는 집수리 활동을 하면서 지역민들의 소식을 전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눠주고 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어렵기만 했다. 사람의 왕래가 끊겨 마음을 굳게 닫은 어르신들에게 선뜻 다가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또 쉽게만 생각했던 집수리도 꽤나 까다로웠다. 도배를 시작하기 전 가구의 위치를 익혀야 했고 벽지가 꼼꼼하게 잘 붙을 수 있도록 풀칠도 고르게 바르는 연습도 해야 했다. 혹여 가구를 옮기거나 장판을 제거하다 벽 틈 사이에서 쥐나 바퀴벌레가 나오는 날엔 다들 피하기 바빠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18년의 세월 동안 꾸준히 집수리를 하며 지역민들을 만나온 덕분에 현재는 낡은 집의 모습을 바꾸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마음까지 바꾸고 있다. 집수리를 하는 동안 이웃끼리 살아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함께하면서 그 누구보다 가까운 존재가 되고 있다.

우리다 단원들에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냐’고 묻자 지역민들의 표정이 바뀌었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소소한 대화는 무덤덤한 표정과 삭막했던 분위기를 깨고 어르신들의 미소를 발견하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 단원들은 이처럼 소소한 변화들이 뿌듯함을 넘어 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아직 수원지역에 우리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꾸준히 마을 곳곳을 수리할 예정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소년소녀가장의 가구, 혼자 사는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의 지역민들을 위한 손과 발이 될 계획이다.

민속마을 내 꽃길을 가꾼 민속마을지킴이 단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민속마을지킴이 제공

■ 지역을 위한 환경 활동, ‘민속마을 지킴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망가진 화단을 가꾸는 일. 간단하고 쉬운 일이지만 실천에 옮기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를 내 용인지역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10명의 용인 민속마을 지킴이가 그 주인공이다.

민속마을 지킴이는 용인시 기흥구의 한국민속촌 앞에 위치한 3개 아파트 주민들로 이뤄진 봉사 단체다. 지킴이들은 사람들이 길 모퉁이와 비어 있는 화단에 무심코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민속마을의 큰 골칫덩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작은 쓰레기였지만 점차 그 양이 늘어났으며 마을의 분위기도 삭막해졌다. 그러다 ‘저 공간을 꽃으로 메운다면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민속마을을 깨끗하게 만들고 환경을 지키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명의 주민들이 모여 지난 2021년 민속마을 지킴이를 꾸리게 됐다.

민속마을 지킴이의 활동은 세 가지로 나뉜다. 마을 정화 활동, 환경 캠페인, 음식 봉사 등이다. 이들은 매일같이 밖으로 나가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빈 공간을 꽃으로 가득 채운다. 이렇게 바뀐 공간에 주민들은 점차 관심을 가지게 됐고 서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는 등 지역의 작은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또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사람들이 자주 가는 곳을 위주로 환경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일회용품 줄이기, 물건 재사용하기, 분리수거하기 등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을 소개하며 지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어느덧 활동 3년 차에 접어든 민속마을 지킴이는 이들의 활동을 지역 너머로 전해 더욱 다양한 활동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용인지역의 다른 봉사단체와 함께 용인 곳곳의 문제점을 발굴해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 신천섭 ‘우리다’ 단장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고치고 텅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일입니다.”

지난 2005년 수원지역의 집수리 봉사단체 우리다를 꾸려 18년동안 활동을 해온 신천섭 단장(64)은 지역 봉사활동은 지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 단장은 과거 딸 아이와 함께 요양원들의 어르신들을 목욕시키고 주변을 청소하는 봉사에 참여했다가 어르신들의 고충을 듣게 됐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하는 집이지만 낡고 오래된 집은 더이상 안전한 장소가 아니었고 마음의 병도 커지게 했다. 노인들의 이같은 고충을 알게 된 그는 20년이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매일같이 지역민들의 집과 마음을 고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외로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봉사에 나선다는 신 단장. 하루 종일 서서 벽지에 풀칠을 하고 가구를 옮기느라 온 몸이 아프고 쑤시지만 주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는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하면서 때론 지치고 힘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집을 수리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고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까지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 단장은 수원지역 구석구석을 살피며 많은 주민들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다. 생활하는 데 어떤 점이 불편하고 왜 집을 그동안 고치지 못했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하게 된다. 

신 단장이 우리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한 가지다. 모든 수원지역의 주민들이 편안한 집에서 안정감을 느낄 때까지 오래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는 “우리다는 ‘햇빛이 희미하게 비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다의 활동으로 지역과 주민들의 마음과 공간에 햇빛이 들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따뜻한 햇빛으로 꾸준히 주민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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