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집권여당의 밀실 구조가 ‘천공 사태’ 본질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7월21일 한국방송(KBS)은 대통령 관저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그동안 알려진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이라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5일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종대 전 국회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천공이 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장관을 수행해 참석한 지난해 4월1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 행사에서 총장으로부터 천공이 공관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최종호 | 변호사
지난 7월21일 한국방송(KBS)은 대통령 관저 선정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그동안 알려진 ‘천공’이 아니라 ‘백재권’이라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5일 유튜버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종대 전 국회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천공이 총장 공관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올해 2월3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신의 일기를 엮은 ‘권력과 안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자신은 총장으로부터 천공이 공관을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김종대에게 전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천공이 공관을 방문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두 사람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수사가 진행돼 현재 기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어느 봄날, 나와 김종대, 부승찬 세 사람은 저녁 식사를 했다. 달변으로 유명한 김종대가 언제나처럼 대화를 독점하던 중, 갑자기 부승찬이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장관을 수행해 참석한 지난해 4월1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 행사에서 총장으로부터 천공이 공관에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 사이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년이 넘는 시간 우리는 문제의 방문자가 천공이 아닌 제3의 인물일 것으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천공과 외형상 약간의 유사성을 띤,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여당은 김종대와 부승찬이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는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맹렬하게 공격했다. 야당은 무속이나 풍수나 결국은 같은 것이 아니냐며 반격에 나섰다. 이런 불모(아무런 결실 없는)의 대립 속에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는 존재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고,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군을 통수한다(대한민국 헌법 제66조, 제74조). 2004년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소재지는 국가의 수도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라고 판시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헌법 기관인 대통령이 집무·거주하는 공간의 위치는 헌법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대통령이 집무·거주할 공간의 변경을 공약으로 제시해 당선됐다면, 이를 국민적 의사의 표명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리고 헌법적 중요성에 비춰 그 종국적·구체적 결정은 전문가에 의한 조사·검토를 거쳐, 국민 의사의 수렴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과 두 달 남짓한 짧은 시간에 ‘태스크포스’라는 명칭의 임시 조직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됐다.
만약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대상지의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때 천공이나 백재권 혹은 풍수지리를 전문으로 하는 제3의 인물을 위원으로 위촉해 공개적으로 활동하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그 적합성 여부를 두고 여당과 야당 간에 상당한 정치적 공방은 존재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지한 사실에 관한 사회적 관심은 쉽게 식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논쟁이 계속되거나, 김종대와 부승찬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총장 공관을 방문한 사람이 천공인지 아니면 백재권인지 여부는 그 자체로는 큰 의미가 없다. 핵심은 공적 지위에 있지 않은 누군가가 공관을 방문했고, 그것이 중요한 국가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거의 반년에 걸친 경찰 수사의 결과로 확인될 때까지, 방문자의 존재조차 밝히지 않았던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의 밀실 구조에 있다. 그것이 이번 천공 사태의 본질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잼버리 ‘태풍 때 분산대피’ 매뉴얼 휴짓조각…대책 없는 정부
- 4명 살리고 ‘별’이 된 가수 지망생…식당일 하며 꿈 키웠다
- 치안강국 덮친 ‘흉기 공포’…재난 수준의 트라우마
- 500㎜ 폭우, 걷기 힘든 강풍 온다…태풍 ‘카눈’ 10일 남해안 상륙
-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한 미국…“엄벌주의와 교정비용만 키워”
- 윤석열 정부에선 당연한 듯…재계, ‘비리 총수’ 광복절 특사 건의
- 광물·배터리·전기차 결합…중국 자동차 수출, 일본 제치고 상반기 1위
- 세계가 주목하는 ‘학교 급식’…불평등 해소·농민들에게도 희망
- 경포해변 야자수 왜 사라졌나
- 쌍둥바오 잘 컸네~ ‘판생’ 30일차 언니·동생 구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