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재명을 수렁에 빠뜨린 김은경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파장이 이재명 대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임기 시작하자마자 '전당대회 돈 봉투 건은 검찰의 조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여명에 따른 투표가 합리적'이라는 의미의 발언으로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실언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권이 바뀐 후에도 열 달이나 금감원 부원장 직을 고수하며 고액 연봉을 받고 나서 '윤석열 밑에서 치욕이었다'는 말을 했다. 노인폄하 발언 사과 과정에서 '남편 사별 후 시부모를 18년간 모셨다'는 말도 그의 시누이라는 인물에 의해 '단 한 차례도 시부모를 모시고 산 적이 없고, 온갖 악담과 협박을 퍼부었다'고 반박되고 있다.
민주당 출신의 유인태 전 의원은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러나야 한다"며 성토하는 분위기마저 확산되고 있다. 혁신위원회를 통해 당의 위기 국면을 반전시키고 총선을 앞두고 당의 외연 확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초래한 파장이 그를 믿고 임명한 이재명 대표를 헤어 나오기 힘든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연장선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0월 퇴진설'이 불거졌다. 한 평론가가 방송에서 민주당 측의 인사이고 이 대표와 가까운 이른바 측근 정치인을 통해 전해 들었다고 한 발언이다. 검찰의 수사 및 기소 특히 10월 경이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의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때를 대비해 40여 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결의를 했고 김두관 의원이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폭탄 발언을 한 평론가는 이전에도 정치적 파장이 큰 발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발언을 계기로 '이재명 10월 퇴진설'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이 대표와 가까운 측근 의원이 공개적으로 연초에 '총선 전 이재명 대표 퇴진'을 언급한 적은 있었다. 그렇지만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10월 퇴진설을 일축하고 있다.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은 10월 퇴진설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대장동, 백현동, 성남FC 그리고 대북 송금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 주변에서 솟아오르고 있는 의혹의 크기에 대해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10월 퇴진설을 떠나 쌍방울의 대북 송금 건이 기소될 경우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이루어지고 8월 중하순 경에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와중에 민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땠을까.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초래하는 리스크, 이른바 위기감이 유난히 고조되는 시점의 조사 결과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달 25~2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가상번호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9%,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 31%로 나왔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악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직전과 비교할 때 2%포인트 더 올라갔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반사 이익을 얻기는커녕 지지율이 더 하락했다. 특히 충청 지역은 국민의힘 39%, 더불어민주당 28%로 11%포인트 국민의힘이 더 앞서는 결과다. 그 이후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조금 개선된 결과가 나왔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국면전환으로 보기 힘들다.
당의 리스크 극복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위원회가 이제는 당을 고난의 역경 속으로 몰아넣는 내부 총질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임명되고 파장이 확대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처음이니까 그리고 이재명 대표도 여의도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 이해하는 목소리라도 있었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다.
민주당 인사들마저 혁신위원장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을 서슴없이 내비치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거취 판단을 이 대표가 해야 할 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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