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에 트라우마까지… 유가족 전담 공무원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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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도 많이 먹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겁니다."
청주시청 소속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현장 배치 이전에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유가족 지원 업무에 투입되면서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7일 파악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참사나 재난 발생 시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유가족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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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업무교육 없이 임시로 배치
감정 노동에 후유증 등 소진 발생
전문 공무원 배치 제도 마련 시급
“욕도 많이 먹지만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겁니다.”
지난달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가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잠기고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장례 기간 유가족 곁을 지키며 장례와 보상 절차를 안내하고 도운 이들이 있다. 청주시청 소속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다. 그러나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현장 상황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 제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 실시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장례 절차를 안내하는 장례 지도를 비롯해 남겨진 가족을 위한 긴급 생계 지원도 제공했다. 유가족 불편 사항을 줄이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민원을 해소하는 게 역할이다.
그러나 제도가 도입된 지 9년여가 지났지만 관련 법령이 없다. 전담 공무원은 유가족을 마주했을 때 난감함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 때 유가족 장례를 지원했던 청주시청 공무원 A씨는 “무엇을 해줄 수 있냐는 유족들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게 없었을 때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업무로 겪는 스트레스가 관리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태원 참사 당시 유가족 전담 공무원으로 배치된 서울시청 공무원 B씨는 “어떻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서 한쪽 구석에 없는 사람처럼 장례 기간 내내 있었다”고 말했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필요한 제도지만 그때 그때 하위직 공무원을 보내 ‘욕받이’ 시키는 식의 운영은 곤란하다”며 “유가족 민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1대1 매칭은 하되, 장례식을 지키는 건 장례지도사와 같은 전문 직업인이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더 덧붙였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재난 수습 과정에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가끔 있다”며 “강도 높은 감정 노동인 만큼 소진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지자체에서 일선 공무원의 소진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참여가 저조한데, 업무 시간 내 참여가 눈치 보이는 등 분위기 탓”이라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지난 2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신속하게 지정하고 사전에 행동 매뉴얼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으나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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