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111곳…문재인 정부 5년보다 5배 많아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손동우 전문기자(aing@mk.co.kr) 2023. 8. 7.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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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통과단지 합쳐 7만 가구
분당 신도시 규모에 버금가
주택 공급에 물꼬 텄지만
현실화에 10년 이상 걸릴듯
고금리와 공사비 등도 변수
DA건축 컨소시엄이 제시한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감도 [사진 = DA건축]
올해 상반기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넘은 노후 단지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만 약 7만채가 재건축을 확정지었다. 서울 연평균 입주 물량 4만5000채(2018∼2022년 평균)를 훌쩍 뛰어넘는 물량이 규제 완화 6개월 만에 공급의 첫발을 떼면서 앞으로 도심 주택 공급에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매일경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건축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전국 노후 단지는 111개(10만 7799가구)에 달한다.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강화됐던 5년여간(2018년3월∼2022년12월)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21개)의 5배가 넘는다.

이 중 수도권에 위치한 단지만 76개(8만 7520가구)다. 가구 수 기준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 10곳 중 8곳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에선 올해 상반기에 48개 단지, 6만 7808가구가 재건축을 확정 지었다. 자치구별로 보면 1980년대 주택 단지가 대규모로 조성된 양천구와 노원구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무더기로 나왔다. 양천구는 목동 신시가지 위주로 12개 단지(2만 3898가구)가, 노원구는 상계주공 위주로 11개 단지(1만 8516가구)가 각각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강남3구에선 송파구 5개 단지(1만 1300가구), 서초구 4개 단지(1577가구)가 안전진단 문턱을 넘었다. 재건축 안전진단 문턱을 넘는 서울 아파트 단지는 올해 하반기에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자치구들이 지난 7월부터 재건축을 희망하는 노후 주거단지에 안전진단 비용을 빌려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에서는 안전진단 비용은 해당 단지 주민들이 내게 되어 있는데,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해소해 재건축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가령 서울 노원구는 지난달 26일 관내 노후 단지에 수억 원에 이르는 안전진단 비용을 전액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각각 23개(1만6772채), 5개(2940채)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번에 수도권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 규모를 합하면 약 10만 채에 달하는 분당신도시와 버금간다”며 “좋은 입지에 상당한 공급 기반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건축 초기단계에 있는 단지들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 침체 시기를 재건축 추진 적기로 보고 ‘속도전’에 나서는 모습이기도 하다. 서울 양천구 한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정부 규제가 심해지는데 오히려 지금 단계를 최대한 진전시켜 놓는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즉각적인 공급 물량 확대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안전진단 통과가 재건축에서 워낙 초기단계라 단기 호재는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변수가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파트 재건축 진행과정은 간략하게 ‘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착공→준공’의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163개 재건축 사업장을 대상으로 평균을 계산하면 9.7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진단을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 10년이 넘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단계별로 돌발 변수가 나타나면 재건축 사업은 끝도 없이 늘어지게 된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재건축 가능성이 생긴 건 단기적으로는 조금의 상승 폭을 키울 수는 있겠다”면서도 “다만 주요 지역은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제로 묶여 있고, 건축비가 급등해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건축 마지막 단계를 틀어막고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존재는 복병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초환 법안 개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모두 현행 부담금 부과 기준이 과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부과 구간이나 면제 구간을 어떻게 설정할 지를 놓고 이견이 상당하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면제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보다는 구간 폭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이 빠른 시일 안에 재논의 될 지도 미지수다. 최근 ‘무량판 구조’ 아파트 단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며 관련 후속 입법이 우선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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