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게임’ 새만금 잼버리 논란의 1주일···부실 준비로 파행 초래
여의도 8배 넓이인 광활한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결국 예정된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야영지가 아닌 서울에서 마무리 하게 됐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안전을 위해 취해진 조치지만 지난 1일 대회를 시작한 새만금 잼버리는 그동안 숱한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와 전북도, 조직위원회 등은 새만금 잼버리에 대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대규모 국제 청소년 행사로서 전 세계 청소년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나무 한 그루 없는 허허벌판 간척지에서 열린 잼버리에 참가한 전세계 156개국 3만6000여 명의 대원들은 결국 8일 만에 새만금을 모두 떠난다. 새만금 잼버리 개막부터 조기 퇴영까지 지난 1주일을 돌아봤다.
물이 잘 빠지지 않은 넓은 간척지에 야영지가 조성된 새만금 잼버리는 개막전부터 ‘폭염·해충·진흙탕’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조직위 등은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라고 했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허술한 준비’의 민낯이 드러났다.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개막 첫날부터 속출했다. 지난 2일 열린 잼버리 개영식에서는 2시간 30분 동안 에는 108명이 온열 질환을 호소하고, 심지어 일부 청소년들은 실신하기도 했다. 온열질환자는 대회 내내 이어졌다.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영지에 마련된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과 식단 등이 부실한데다 의료지원까지 부족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청소년들은 화장실·샤워시설 등의 위생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3일에는 중대본이 사상 첫 폭염 대응을 위한 ‘2단계’로 격상했지만 야영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얼음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잼버리가 아닌 생존게임’ 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결국 정부가 전면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4일 잼버리 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예비비 69억원 지출안을 재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폭염 대비 냉방버스 공급, 냉장·냉동 탑차 공급, 의료 물자 추가 지원, 급식 개선을 위해 국무회의 개최를 지시했다.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참가 대원이 많은 일부 국가는 새만금을 떠났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4500명의 대원을 보냈던 영국 대표단은 각국 대표단 중 처음으로 지난 4일 늦은 오후 조기 퇴영을 결정하고 다음날인 5일부터 영지를 비우고 서울과 인천으로 철수했다.
1600여 명이 참여했던 미국 대표단도 영국에 이어 5일 평택 미군기지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싱가포르 대표단 60여 명도 열악한 새만금을 벗어나 대전의 한 시설로 숙박지를 이날 이동했다. 다만 이날 열린 각국 참가국 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이 잔류하기로 하면서 ‘연쇄 이탈’은 겨우 수습됐다.
심각한 위기를 느낀 정부는 6일까지 모든 가용한 자원을 총 동원했다. 냉방 버스는 262대가 투입됐다. 군에서는 영지 곳곳에 그늘막 69동을 추가로 설치했다. 시원한 생수도 참가자 1인당 하루 5병 이상 지급하기 시작했고 화장실과 샤워실 유지를 위해 청소인력도 1400여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논란은 끝이 아니었다.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스카우트 연맹 소속 80여 명은 이날 “조직위가 성범죄에 대해 부실하게 대처하고 환경이 열악하다”며 단체 퇴영을 선언했다. 한국 대표단의 첫 단체 조기 퇴영이었다.
정부는 야영지에서 열리는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협조를 받아 90여 개 국내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6일 밝혔다. 더위를 막을 수 없는 영지 대신 ‘한국 관광’으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조치는 ‘태풍 북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심기일전’하며 7일 하루 대부분의 영내·영외 프로그램을 가동했던 새만금 잼버리는 결국 8일 야영지 운영을 접는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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