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CEO 은퇴후 재능기부 제2의 삶… "내 자문에 회사 변하니 성취감 크죠"
"경쟁서 이기는 것보다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것 보는게 더 좋아"
'德者 리더십'으로 중기에 교육봉사… "기술중기가 경쟁력이죠"
서언동 전경련경영자문단 위원장
"30년 넘게 앞만 보며 살아왔는데, 요즘은 나로 인해 상대방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서언동(66·사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경영자문단 위원장은 인생의 절반가량을 직장인으로서 일에만 매진해오다 은퇴 후 교육봉사를 하며 제2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는 "예전엔 경쟁심리가 강해 상대를 지도록 만드는 게 내게 득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다르다"며 "중소기업에 자문을 해 내 말 한마디에 회사가 변했다는 얘길 들으면 경쟁에서 이기는 것 이상으로 큰 성취감이 든다"고 전경련경영자문단에서 찾은 보람을 전했다.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전경련중소기업협력센터에서 만난 서 위원장은 "요즘 내 생활의 기준은 나와 만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은퇴 후 2017년부터 전경련경영자문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해 1월 위원장에 취임했다.
서 위원장은 삼성생명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27년동안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경영기획팀장, 서비스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뒤 2005년에는 삼성생명과 중국의 합작회사 초대 CEO를 역임했다. 이후 한솔교육에서 7년간 부사장으로 경영총괄을 담당했다.
본사 기획·전략부서에서는 회사의 장기비전·중장기 경영전략 수립 등을 했고, 영업본부에서는 채널운영과 영업기획 등을 통해 매출 증대 및 고객 확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또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고 직접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합작사를 설립한 경험도 갖고 있어 해외시장 진출·운영 관련 조언도 해준다.
그는 "수십년간 금융 분야와 교육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나누고 제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전경련경영자문단에 합류하게 됐다"며 "우수한 기술이나 제품을 가지고 있으나 시장 개척, 마케팅, 경영전략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경련경영자문단은 삼성·SK·현대차·LG 등 대기업 현장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 210여명과 현직에서 활동 중인 특허·인사·세무·관세 분야 전문가 30여명으로 구성돼있다. 서 위원장은 코로나19로 대외 활동이 어렵던 시기 취임해 자문위원들의 역량 강화에 특히 집중했다.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는 자문활동을 공격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문 실력을 더 높이기 위해 연구 활동이나 스터디를 많이 했어요. 대부분 대기업에서 20~30년 일하신 분들이라 한개 업종의 전문가들이잖아요. 각자 전문분야 외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좀 더 공부하며 보충할 필요도 있고, 코칭 능력은 또 실무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공부를 한 거죠."
서 위원장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미래 사회에 대비하는 건 기본"이라며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최근 경영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방안을 자문해야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자문을 한다는 것은 창의성을 요한다"며 "환경도 여건도 제품 스펙도 다르기 때문에 내 경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다들 경영 노하우가 있고 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라 금방 깨치고 그 과정을 재미있어 한다"며 "중소기업주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역할을 하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기에 더 많은 기업과 소통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좀 오래된 중소기업은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이나 마케팅 등에 특별한 기법이 없는 경우가 많죠. 하청업체로서 대기업의 눈치도 봐야하고 어떤 애로가 있을까봐 적극적으로 채널을 넓히지 못하기도 해요. 제품이 괜찮은데 기업주가 현상유지에 만족하고 있다면 시장을 넓혀보자고 제안합니다. 실제로 아마존시장에 진입해 성과를 낸 기업도 있고, 해외 진출에 성공한 곳도 있어요. 다른 업종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조언해 기업을 키운 케이스도 있습니다."
서 위원장은 "이제 우리나라의 기업 경쟁력은 중소기업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독창적이고 어디서나 통하는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으로 계속 변신해 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런 안목을 갖도록 만들어줄 것이며, 그것이 결국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가 선호하는 리더십은 '덕자'(德者)예요. 어떤 상황이든 급하게 의사 결정 내리면 절대 안돼요. 대기업 임원을 지내면서, CEO로서 덕을 갖추려고 노력해왔고 다행히 제가 해온 일들이 잘 맞았어요. 변함없는 '덕자 리더십'으로 임기 동안 우리 자문단과 함께 중소·중기·창업기업을 위한 보다 효율적인 재능 기부를 할 계획입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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