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오락가락 일정' 잼버리, 파행+민폐 여파 축구계까지 확산

[OSEN=강필주 기자] 파행과 민폐를 거듭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축구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7일 오후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는 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됐던 전북 현대와 2023 하나원큐 FA컵 준결승전이 연기됐으며 정확한 일정은 추후 공지를 통해 알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천 구단은 그 이유에 대해 "금일 정오(12:00) 경 협회 측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경기 일정 변경에 대한 공문을 전달받아 전주에서 대기 중이던 선수단은 전원 철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구단은 FA컵 준결승전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으나 일방적으로 일정이 변경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팬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린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사실 전북과 인천의 FA컵 준결승의 갑작스런 연기는 예정된 것이었다. 전북은 전날(6일) 오후 7시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인천과 홈경기 킥오프 1시간을 앞두고 오는 9일과 12일 예정된 홈경기 일정을 변경한다고 알렸다.

전북은 9일은 인천 유나이티드와 FA컵 준결승, 12일은 수원 삼성과 K리그1 경기가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돼 있었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기됐던 잼버리 K-팝 공연을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한다"라고 발표했다.

전북 구단이 이와 관련해 연락을 받은 것은 당일 오후 2시였다. 경기 시작 불과 5시간 전이었다. 잼버리 대회는 현재 조직위의 부실 운영과 폭염 및 시설 미비로 비판 속에 진행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K-팝 공연 장소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축구계가 떠안게 됐다. 구단은 일정 변경에 따른 장소, 숙소 등을 다시 알아봐야 한다. 경기장은 콘서트 무대 때문에 잔디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 축구 팬들은 기껏 예매한 티켓은 물론 교통편과 숙박편까지 조정하거나 취소해야 하는 피해를 보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껏 일정을 변경했더니 다시 K-팝 공연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재변경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태풍 '카눈(KHANUN)'이 10~11일 한반도를 관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북 구단을 비롯한 인천, 수원 등 축구계는 그야말로 붕 뜬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죽하면 루마니아 출신인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도 지난 6일 인천전 때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다. 일정 변경이 불가피한데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팝 공연이 열리면 FC서울과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은 13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잔디 훼손의 우려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기름을 끼얹었다. 지금은 스스로 삭제했지만 잼버리 파행 속에 안방을 내줘야 했던 전북 현대 팬들을 향한 비판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지역구인 이 의원은 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잼버리대회 성공을 위해 온 국민이 나서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최 지역 주민은 어쩌면 '안방'이라도 내줘야 할 입장"이라면서 "그럼에도 일부 축구 팬들이 이런 거부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에, 전북 정치인으로서 부끄럽고 실망스럽다"고 전북 팬들을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전세계에서 찾아온 잼버리대회 참가자들은 우리 전북의 귀한 손님들"이라며 "대회 초반 준비 미숙으로 혼선과 불편을 빚은 것이 미안해서라도 한국에서 좋은 경험과 추억을 쌓도록 돕는 것이 충절의 고장인 전북인으로서 마땅한 도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솔직히 이유야 어떻든, 주인 노릇을 해야 할 전북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 80명이 떠난 것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거기에 일부 전북현대 팬들이 보여준 태도와 반응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며 "전북인으로서 그저 참담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만에 오락가락 행정 속에 뜻하지 않게 호구가 돼 버린 축구계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