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몸살에도 경기 뛴다고 했을까… 이래서 KIA가 몇 백억 썼다, 베테랑들의 선한 영향력

김태우 기자 2023. 8.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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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 야수진의 리더인 최형우(오른쪽)와 나성범 ⓒ곽혜미 기자
▲ 최형우는 성실한 자기 관리로 마흔의 나이에도 건재를 과시 중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며 팀의 붙박이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최원준(26)은 사실 지난 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몸살 기운이 있었다. 가뜩이나 무더운 날씨에 몸까지 좋지 않으니 누구나 휴식을 생각할 법했다.

겉에서 보기보다 몸이 더 무거웠기에 그랬다. 최원준은 “사실 화요일(8월 1일)부터 몸살이 계속 와서 몸이 계속 안 좋았다. 포항에서는 사실 경기를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안 좋았다”고 털어놓으면서 “원래 야구를 하면서 아프면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원준은 경기 출장을 강행했다. 최원준은 “오더를 쓰게 했다. 쓰면 나가야 하니까”라고 돌아봤다.

누가 강요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최원준은 선배들의 마음가짐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고쳤다고 말했다. 베테랑이자 자기 관리의 화신으로 불리는 최형우(40)가 최원준의 마음가짐을 바꾼 주인공이었다. 최원준은 “형우 선배는 내가 생각할 때 ‘이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부러지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더라”면서 “나도 거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또 듣기도 했다. 형우 선배도 그렇게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최형우는 7일 현재 1군 통산 2031경기에 나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마흔에 이른 나이에도 아주 큰 부상 없이 성실하게 출전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수비보다는 지명타자 출전 비중이 높아졌을 뿐이다. 지난해에도 132경기에 나갔고, 올해도 1군 엔트리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으며 팀의 89경기 중 87경기에 출전했다. 웬만하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거의 매일 빡빡하게 경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프로야구 선수가 매 경기 100% 컨디션으로 출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경기는 진짜 몸이 무거운 날도 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경기에 나가야 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주전 선수다. 최형우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이를 알고 있고, 또 실천하는 선수다. 단순히 말만 하는 게 아니기에 후배들이 배우는 것도 적지 않다.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과 마음가짐의 산 교본이 되는 셈이다.

▲ 나성범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로 긍정적인 문화 형성에 일조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오랜 기간 투수진의 리더로 정신적 지주 몫을 해내고 있는 양현종 ⓒKIA타이거즈

리그 최고의 타자였던 최형우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4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하며 ‘100억 원 시대’를 연 주인공 중 하나로 기억된다.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대활약했고, 4년간 561경기에 나가 타율 0.335, 96홈런, 4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80을 기록하며 1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킨 성공적인 FA로 기억된다.

그런 최형우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최대 47억 원에 계약하며 KIA와 동행하고 있다. 기록은 전성기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마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타격 장인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올해도 87경기에서 타율 0.279, 12홈런, 56타점, OPS 0.837에 득점권 타율 0.341로 팀 타선을 뒤에서 밀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거목이다.

최형우의 바턴을 이어 받아 KIA의 긍정적인 팀 문화를 만들 선수가 바로 나성범(34)이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한 나성범은 팀의 장타 및 해결사 갈증을 해결하고 있다.

나성범 또한 역시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항상 144경기 전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하고 실제 지난해를 포함해 5번이나 이를 이뤄냈다. 철저한 몸 관리가 비법으로 뽑힌다. 트레이너들은 국내 선수 중 가장 이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는 선수 중 하나로 나성범을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나성범은 KIA에 웨이트트레이닝 붐을 일으켰다. 후배들은 ‘150억 계약’을 할 정도로 성공한 선배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고, 모두가 나성범의 평소 엄청난 운동량에 혀를 내둘렀다. 이에 자극을 받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중반 본의 아니게 나성범과 재활을 같이 한 팀 최고 유망주 김도영(20)도 마찬가지였다. 나성범과 함께 하다 보니 자연히 선배의 루틴을 눈여겨보게 됐고, 자신도 웨이트트레이닝에 할애하는 시간을 늘렸다. 그런데 효과를 보는 부분이 있으니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여기에 매달리게 됐다.

김도영은 “거울을 보면서 매일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제 일주일에 네 번 하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가 됐다”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좋은 습관은 이 유망주의 경력에 훌륭한 밑천이 될 것이 분명하다.

▲ 베테랑들의 선한 영향력은 KIA 팀 내 문화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KIA타이거즈
▲ 좋은 분위기 속에 후반기 대반격을 준비하는 KIA ⓒKIA타이거즈

투수 쪽에서는 양현종이 확실한 리더다. 역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선수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며 그렇게 많이 던졌음에도 지금까지 큰 부상이 없었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잘했다. 투수들은 양현종의 준비 루틴에 대해 묻고, 배우고, 또 조언을 얻는다. 양현종도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날은 항상 후배들의 곁에서 이것저것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나눈다. 투수들이 믿고 따르는 맏형이다.

많은 돈을 들여 베테랑 선수를 영입할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팀 전력에서 모자란 부분을 즉시 채워줄 수 있다. 여기에 구단들은 영입 때 성품도 눈여겨본다. 이 선수가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체크한다. 자기 중심적인 선수는 오히려 인기가 없다. 최형우 나성범은 경기장 안팎에서 모범적인 베테랑이었고, KIA는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그 영향력은 이제 또 다른 선수들이 받아 미래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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