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 “스승 박찬욱 덕분에 꿈꿀 수 있는 범위 늘어” [인터뷰 종합]
[OSEN=김채연 기자]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이 박찬욱 감독에 고마워했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은 OSEN과 만나 작품을 개봉한 소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각색한 작품으로, 영화는 재난 직후부터 황궁아파트의 모습을 그린다. 엄태화 감독은 원작의 어떤 매력에 끌렸냐는 말에 “배경이 아파트였다는 게 후킹된 포인트였다. 재난물은 많이 있는데, 그 장소가 아파트라는 게. 제가 살아온 곳도, 자란곳도 아파트고 한국 사람 절반이 아파트에 산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난 장르에 가져와서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해놓고 전달할 수 있을까 싶지 않을까 해서. 더불어 한국 사회를 이야기하기에 이 장소만큼 집약적인 장소가 있을까해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실제로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아파트 역사가 시퀀스로 등장한다.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냐는 말에 “아파트라는 배경을 정한 다음에는 한국에서 아파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를 공부를 했는데, 그때 봤던 책이 박해천 선생님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인문 서적이었다. 아파트라는 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생기게 됐는지를 다룬 책인데 그걸 보니까 한국의 1960년대부터 역사가 다 들어있더라. 이게 영화 오프닝에 짧지만 강하게 들어간다면 영화를 물론 장르적으로 재밌게 보는 것도 중요하고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오프닝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KBS 이태웅 피디님에 제안을 드렸고,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셔서 골격을 만들어주셨다. 거기에 제가 시대흐름을 잘 보이게 효과를 줬다”고 밝혔다.
다만 웹툰 원작에서는 주인공 서동현이 아파트로 들어와 공포를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면, 영화에서는 황궁아파트가 어느정도 규칙을 갖춘 뒤 시작된다. 엄태화 감독은 “원작은 1부가 유쾌한 왕따라는 작품이고, 왕따 당하는 중학생이 학교가 무너지면서 지하에서 괴롭혔던 친구와 계급이 뒤바뀌고, 거기서 살아남은 두 아이가 집으로 찾아가는 게 2부 유쾌한 이웃이다. 근방이 다 무너졌는데 우리집은 멀쩡하고,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조금 이상해진 상태에서 시작을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엄 감독은 “그 구조를 가지고 어떤 외부에서 살아남은 이야기가 지금으로 따지면 혜원 롤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있었고, 그렇게 시작을 하는데 이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기에 작은 이야기로 느껴졌다. 주인공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더라. 조금 더 능동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크게 할 수있는 구조가 뭐가 있을가하다가. 지금의 주인공이 조연 역할로 들어있었는데, 이 중 제일 주인공으로 할 사람이 누가있을까하다가. 영끌한 신혼부부였으면 좋겠다. 그런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보니까 아파트가 만들어진 상태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지금의 시스템이 갖춰지는 전사를 쓰다보니까 이걸 들어가는게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있는, 한국의 아파트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걸 바꿔서 수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병헌이 맡은 김영탁에 대해서는 “원작에도 김씨 아저씨라고 주민 대표로 이미 나온다. 무서운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쓰는 동안 계속 비중이 높았다. 아무래도 원작에서는 이 사람이 변화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스트레이트하게 빌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고, 저도 한동안은 그런 버전으로 가져갔는데 이병헌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주셨다. 변화하는 캐릭터면 어떠냐고 하셔서, 그때 바꾸려고 했는데 이미 시나리오가 진행된 상태라 한 장면만 추가를 했다”고 알렸다.
그는 “영탁이 폐허가 된 아파트를 돌아보는 장면을 하나 추가했다. 그 씬에서 이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순간을 추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넣었다. 내심 걱정하긴 했다. 이장면 하나로 설명이 안되면 어떡하지? 근데 눈 떨림과 눈빛이 인물의 변화를 설명하는 걸 보고, 이게 진짜 대사한마디없이 표현하는게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개봉을 하는 8월도 뜨거운 여름이지만, 실제로 촬영 역시 여름에 이뤄졌다. 그러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은 겨울로 배우들은 한여름에 패딩을 입고 촬영하는 등 고생을 했다. 엄태화 감독은 설정이 여름이면 안됐냐는 말에 “원작은 여름이 배경이다. 저는 겨울로 바꾼 이유가 이 아파트가 만들어지는 과정, 시스템을 보여줄 때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했다. 이. 아파트에 들어오려는 이유를 보려면 살아남기 위해, 생존 확률이 높으니까 들어오려는 목적이 분명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설정을 바꿨다”고 밝혔다.
엄 감독은 “스케줄상 여름에 찍어야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럼에도 이야기적으로 봤을때는 세팅이 납득이 가야했기에 설정을 그렇게 했다. 가장 걱정됐던 건 배우들의 건강이었다. 주연 배우 뿐만 아니라 보조 출연자 분들도 어린 아이도 있고, 연세가 있던 분도 있고 제작팀에서도 항상 엠블런스, 에어컨이 대기하고 있었다. 빛이나 이런 것도 직사광선이 있으면 안돼서 세트 위에 항상 반투명 트러스를 쳐서 막고 찍었다. 후반작업은 입김이 중요해서 말할 때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고를 정확히 맞춰야한다고 제안을 드려서 다 맞춰서 입김이 들어갔다. 화면 안에 100명이 잡혀도 누구누구 입김이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컷바이 컷으로 잡고 했다. 그래서 더 리얼하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영화 속 통조림 복숭아에 대해서도 “황도가 먼저 떠오른 건 아니고, 이런 재난 상황에 너무 떨어지고 뭐가 제일 먹고 싶을까 했을때 과일이 떠올렸다. 상태가 좋지 안을것 같고 방법이 뭐가 있을까 했을때 통조림 과일. 그래서 황도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또한 엄태화 감독은 배우에게 영화에서 사용할 버전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는 말에 대해 “편집을 붙여봐야 아는 거라 확답을 못했다. 반상회가 끝나고 투표를 했잖아요. 부녀회장이 ‘대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물었을때 ‘어떻게 해야죠’라는 대사를 치는데, 하나는 영화에 들어간 버전은 미묘하게 뭔가 좀 의도가 있어보이는 그런 긴장감을 주는 버전으로 촬영을 했다. 하나는 정말 어리버리하게 ‘어떻게 해야죠’하는 나이브한 버전으로 있었다 진짜 미묘했다. 그런 걸 계속 주셨다. 하나씩 저한테 주시니까 제가 선택한 버전을 쓰기도 하고, 어떨때는 선배님이 하신 버전을 하기도 하고. 텐션을 잡아줬던 것 같다. 편집할 때 여러가지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하지 않는 편이라고 밝혔던 엄태화 감독은 “첫번째 디렉션은 좋은 배우를 찾는 것이다. 좋은 배우를 찾으면 제가 말을 많이 안해도 배우가 해석한 캐릭터를 현장에서 보고, 제가 생각한 거랑 다르면 제가 생각한 버전을 이야기하면 배우들이 그 버전으로 하고, 버전이 여러개 생기면 편집할 때 붙여보기도 한다, 그런 걸 선호하는 편이라 처음에 디렉션을 안주고, 배우가 하는 걸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 여름 개봉되는 작품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엄태화 감독은 “일단 블라인드 시사를 2번 했고, 제가 생각하는 영화적 완성도는 있었으니까. 그건 고수하면서 작업을 하는 게 1번이었다. 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생각한 건 영화가 재밌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재밌어야 주제나 제가 곳곳에 배치한 디테일에 관심을 갖고 찾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라인드 시사에 주신 의견이 중요했고, 참고를 많이해 편집했다. 제가 생각한 재미라는 게 보는 사람이 몰입할 수 잇는 캐릭터를 통해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게 재미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 기준을 놓치지 않으려고 어떻게 하면 궁금하게 할까. 뒤를 덜어내면서 더 예측이 안되게 하거나, 넣었다 뺐다하면서 편집을 했고, 배우들의 여러가지 버전을 두고 편집을 했다. 세계관을 설득하기 위한 CG도 중요했다. 근방의 모든 건물이 무너졌는데 이 건물만 무너지지 않았다는 설정이 판타지나 SF처럼 보이면 안됐다. 톤을 잡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블루를 조금만 섞어도 판타지 영화같고, 한국 배경이 중요한데 한국이 아니라 외국처럼 보이고 그러면 길을 돌아다니면서 간판이나 ‘일단 정지’ 같은 ‘풍천장어’ 이런 것도 일부러 찍어서 보냈다. 한국적인 톤이 나올 수 있게 작업을 많이 하려고 했다”고 당시 느꼈던 고충을 언급했다.
최근 엄태화 감독은 영화 ‘쓰리, 몬스터’에서 호흡을 맞춘 박찬욱 감독과 스페셜 GV를 진행했다. 박찬욱 감독이 개봉을 앞두고 따로 나눈 말이 있냐는 질문에 “박찬욱이라는 감독님이 계신 게 그분이 가신 게 있잖아요. 그분이 없었으면 제가 꿈꿀 수 있는 꿈의 범위가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외국에서 작업을 하거나 어떤 영화를 이정도 퀄리티로 만들거나 이런 게 틀 안에 있었을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계 없이 가시잖아요.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는 길을 만드신 게 저한테는 좋은 스승님이라고 생각하고. 봉준호 감독님도 계시고, 그분들의 뒤를 잘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은 아무것도 없는 길에서 그렇게 만드신 거니까. 작업을 할때는 편집본을 보셨는데, ‘헤어질 결심’ 작업이 끝날 때 쯤이었는데 공교롭게 ‘헤어질 결심’도 후반작업이 길어졌다. 나도 끝까지 편집을 물고 늘어진 게 없는데, 한 프레임까지 넣었다 뺐다하고, 사운드도 끝까지 만지고 내보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셨다”고 선배 감독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높은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일으키고 있다. 특히 개봉을 앞두고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4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북미 최대 영화제인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기대를 높이기도 했으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오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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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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