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로 위기관리 시험대 선 윤 대통령…책임론 피해갈까

유정인 기자 2023. 8.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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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진로변경으로 ‘컨틴전시’ 플랜 점검
잼버리 폐영직후부터는 ‘책임론’ 국면으로
이번에도 대형 안전 이슈 ‘정부 책임론’ 피해갈까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측에 전달한 7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한국 대원들이 퇴영하고 있다. 부안|조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잼버리) 부실 운영 사태로 위기관리 시험대에 섰다. 잼버리 폐영(12일) 전까지는 파행 운영 수습에, 폐영 직후부터는 부실 준비 책임 규명과 후속처리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 등 대형 안전 이슈마다 윤 대통령의 책임 회피 논란이 제기돼 왔다. 잼버리 파행을 두고 전·현 정부 책임론 공방이 번지는 와중에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정운영 책임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판가름하게 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7일 태풍 ‘카눈’의 한반도 방향 북상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잼버리 ‘컨틴전시 플랜’(긴급 비상 계획)을 보고 받고 점검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휴가 기간(2~8일) 중 나흘 연속 잼버리 관련 메시지를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수습에 들어간 이후 새만금 야영지 현장 상황은 정상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태풍의 진로 변경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점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파행 운영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태풍 진로 변경에 따른 야영지 조기 철수 계획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남은 잼버리 일정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옮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4만여명의 참가자를 공기업과 민간기업 연수원 등에 나눠서 묵게 하고, 11일 열리는 케이팝(K-POP) 콘서트는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옮기는 안이 유력하다.

대통령실은 폐영일인 12일까지는 순조로운 마무리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잼버리를 마치고 나면 (준비 과정에 대한) 조사와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지만 현재는 성공적인 마무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잼버리 폐영 직후부터는 책임론 국면을 어떻게 돌파하는지가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책임론이나 책임 규명 과정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이 들고나온 ‘문재인 정부 책임론’,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 책임론’에 대한 입장 표명도 일단 미뤄뒀다. 대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극복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던 경험이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책임론 공방에 가세하기보다는 민·관 총력전을 강조하며 국민 여론에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새만금’이 아닌 ‘코리아 잼버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도 같은 취지로 보인다.

잼버리 부실운영 책임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 방향성은 폐영 이후 나올 메시지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최종 점검과 준비가 부실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부실한 준비 과정에 대해 정부 차원의 자성과 후속 대책을 내놓는지가 관건이다.

그간 대형 안전 이슈가 불거졌을 때마다 ‘책임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한다’는 사법적 기준 적용, ‘전임 정부 책임 전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때는 대형참사마다 통상 나오는 최고 국정운영 책임자의 ‘대국민 담화’성 사과와 자성이 생략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현장을 찾거나 공개 언급을 하지 않아 책임론 회피 논란이 일었다. LH 발주 아파트의 철근 누락 사태를 두고는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 시공, 부실 감리가 이뤄졌다”(지난 1일 국무회의)고 직접 언급해 전 정부 책임 전가 논란으로 사안이 번졌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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