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양산 쓰고 선스틱 바르는 남자들 [언박싱]

2023. 8. 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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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바꾸는 한국의 맛과 멋 ②
대구 낮 기온이 34도를 넘기며 찜통더위가 이어진 지난달 31일 오후 한 직장인이 대구 수성구의 한 도로에서 우산으로 햇볕을 가린 채 얼음 음료를 마시며 걸어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신주희 기자] #1. 직장인 홍모(31) 씨는 일주일 전부터 양산을 겸할 수 있는 우산을 들고 다닌다. 처음 썼을 때 체감 온도가 내려간 것을 느낀 뒤 계속 사용한다는 A씨. 그는 “같이 이동하는 사람들도 씌워주면 ‘준비성이 철저하다’며 반응이 좋다”고 했다.

#2. 직장인 김모(31) 씨는 올 여름 유달리 뜨거운 햇빛에 선스틱을 구매했다. 평소 선크림을 발라왔는데 야외활동에 편한 선스틱까지 챙긴 것이다. 김씨는 지난주 열린 록페스티벌에 갈 때에도 선크림과 선스틱을 모두 챙겼다. 김씨는 “3일 내내 땡볕에서 공연을 봐야 돼서 선케어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올 여름 더위가 빨리 찾아온 데다, 그 정도도 심해지면서 폭염에 대비하기 위한 상품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특히 피부를 중시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남성들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양산·선스틱 매출 증가율, 男이 女 앞질러…복장 자율화에 반바지 검색도 ‘쑥’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더위가 예년보다 길어진 데다 기온도 높은 탓에 더위와 관련한 제품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올랐다. 특히 남성이 양산, 선스틱 등 햇빛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을 많이 구매했다. 또 ‘자율 출근용’ 복장을 위한 남성용 반바지 판매량도 늘어나는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도 나타났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남성 소비자들의 양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며, 증가율이 여성(33%)을 웃돌았다. 자외선 차단용 화장품인 선스틱과 선밤도 남성 소비자의 매출 증가율(62%)이 여성 소비자(44%)에 비해 1.5배가량 높았다. 피부를 관리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관련 상품들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더해 회사에서 자율 복장 문화가 확산하면서 남성들의 반바지 구매도 늘어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6~7월 두 달간 무신사에서 ‘남성 반바지’ 키워드를 검색한 양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무더위에도 형식적으로 입었던 긴바지를 과감히 버리고 효율적인 복장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얼음·아이스크림 등 ‘폭염 단골상품’ 매출도 급증
모델이 무신사의 어나더 오피스의 ‘헤밍웨이 벨티드 쇼츠’를 입고 있다. [무신사 제공]

얼음, 맥주 등 원래 폭염과 밀접한 상품들의 매출도 올해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냉동밀키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 늘었다. 냉감 침구류도 45% 증가했고, 냉동과일과 델리 코너 상품들도 30%씩 증가했다. 이마트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선풍기와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56.3%, 53.2% 늘었다. 선크림과 선스틱 등 선케어 제품도 46.7% 늘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한 달간 아이스크림의 매출이 13% 올랐고, 냉동간편식의 매출은 10% 증가했다.

편의점의 경우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한 달간 컵얼음 매출이 지난해 7월에 비해 35% 늘었다. 아이스크림도 25% 늘었고 세븐카페아이스, 탄산음료, 생수 등도 20%씩 신장했다. CU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튜브 같은 해변특화 상품의 매출이 직전 주에 비해 75.8% 늘었다. 얼음도 41.4% 증가했고, 아이스 드링크와 아이스크림도 각각 36.9%씩 신장했다. GS25S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선크림과 쿨토시 매출이 직전 2주보다 207.5%, 104.6% 늘었다. 돗자리 또한 88% 증가했다.

유독 이른 더위에…온·오프라인 여름 행사, 1~2달 앞당겨

아울러 올해 유독 이르게 찾아온 더위에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들은 여름 관련 행사를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앞당겨 진행했다.

SSG닷컴은 명품, 패션, 뷰티, 가전 등 총 400억 물량을 준비한 ‘쇼핑 익스프레스’ 빅프로모션을 지난해에 비해 한 달 빠른 6월 초 진행했다. G마켓과 옥션도 6월 중순 ‘여름가전 스페셜’ 프로모션을 열었다. 지난해 7월 12일에 열었던 여름 휴가 ‘리빙·레저’ 할인 행사보다 약 한 달 빠른 것이다. 롯데온도 여름을 겨냥한 ‘온앤더뷰티 위크’ 행사를 지난해에 비해 3주 당긴 6월 8~14일에 개최했다.

백화점도 빨리 찾아온 더위에 맞춰 여름 행사를 한 달가량 앞당긴 6월 초부터 진행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주얼리, 수영복, 화장품 등 바캉스 관련 팝업 스토어와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명품관에서 쇼메 팝업 스토어를 6월 14일까지 운영했고, 수원 광교점에서는 6월 9~18일 아이웨어 행사를 열었다. 대전 타임월드에서는 50여개 브랜드를 최대 40%까지 할인했다. 롯데백화점도 예년에 비해 한 달 이른 6월 초부터 여름 행사를 시작했다. 선글라스·캐리어·수영복까지 여름 휴가 필수 아이템들을 엄선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직결되기 때문에 날씨를 예측해 마케팅을 적절히 전개하는 게 매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기후변화에 사회·문화적으로 새로운 현상이 생기면서 유통사들이 양상을 예의주시하며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kimstar@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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