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부실·미숙·파행 논란만 남기고 ‘새만금 철수’
준비·운영 미숙 논란 남기며 종료 수순
대회 부실 책임 놓고 향후 공방 가능성
정부가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전북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3만6000여명을 수도권으로 대피시키기로 7일 결정했다. 156개국에서 참가한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논란만 남기며 예정된 기간의 중반부에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대회 부실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연 브리핑에서 “오늘 아침 세계스카우트연맹단 회의에서 기상청의 태풍 카눈의 한반도 통과 예보에 따라 잼버리 행사를 새만금 영지에서 조금 더 안전한 다른 장소로 이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대한민국 정부도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잼버리 자연재난 비상대피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김 장관 브리핑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태풍 북상에 따른 잼버리 대피 계획과 영외 프로그램 등을 논의했다. 이종섭 국방부·이상민 행정안전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 장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한 총리는 “숙영지를 떠난 뒤에도 안전, 위생, 건강 관리에 한치도 허점이 없어야 한다”며 “국민들과 참가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충분히 즐겁게 대한민국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 부처와 지자체가 힘을 합쳐 절실하게 매달려달라”고 강조했다.
대피 계획에 따라 156개국 참가자 3만6000여명은 다음날인 8일 오전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새만금 야영지를 떠난다. 이들은 국가별로 마련된 버스 총 1000여대에 나눠 타 비상 숙소로 이동한다. 정부는 참가자 전원이 떠나는 데에 6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새 숙소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련된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브리핑에서“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지 않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행정기관과 민간 교육 시설을 최대한 확보해 대원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숙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천안 지역 등에서 샤워 시설, 화장실, 식당 등을 갖춘 고교·대학 기숙사, 기업·종교기관 연수원, 군 시설 등을 취합하고 실제 사용 가능성 등을 점검한 뒤 조직위, 세계스카우트연맹에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밤 한 총리에게 ‘잼버리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체 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 시각부터 비상대책반을 중심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의 수도권으로의 수송, 숙식, 문화체험 프로그램 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비상대책반은 한 총리가 반장, 이상민 장관이 간사를 맡으며 관계 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한 총리와 이상민 장관에게 태풍 ‘카눈’ 대비 잼버리 ‘컨틴전시 플랜(긴급 대체 계획)’을 보고 받고 점검했다. 김 수석은 “태풍 ‘카눈’이 진로를 바꿔 이번 주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대통령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어제부터 관계 장관들과 플랜B 논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세계스카우트연맹도 이날 홈페이지에 “예상되는 태풍의 영향 때문에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을 새만금 야영지에서 조기 철수할 계획이라고 이날 오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전달받았다”며 “우리는 정부에 철수 계획을 신속히 추진하고 참가자들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과 자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자원과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새만금 현장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던 케이팝(K-POP) 콘서트(11일 개최) 장소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조직위원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 측과 콘서트 장소 재조정 문제를 면밀히 의논하고 있다”며 “케이팝 콘서트 공연의 플랜B를 검토할 수밖에 없으며 세계연맹 측의 체류 지역 등을 고려해 그 대상에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개최해 오는 12일 종료 예정인 새만금 잼버리는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 논란 끝에 조기 마무리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대회 초반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예비비 69억원을 긴급 지원하며 각종 대책을 추진했으나 태풍 북상을 맞아 대회 중반부에 현장 철수를 결정했다.
김 장관은 브리핑에서 ‘새만금 영지를 떠나면 잼버리 중단으로 봐야 하지 않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지 내에 있지 않지만 영지 밖 프로그램을 지자체와 개발하고 있기에 잼버리가 (지역이) 조금 더 넓어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케이팝 콘서트와 폐영식이 11일 열리기에 잼버리는 자연재난 때문에 장소를 옮기는 것일 뿐 계속된다”고 답했다.
잼버리 운영 부실과 관련해 향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한 운영과 대회 마무리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공방을 자제해온 여야 정치권은 ‘네 탓’ 공세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2017년 새만금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이후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준비 부족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인 민주당은 여당의 ‘전 정부 탓’을 문제 삼으며 현 정부의 준비·운영상 문제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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