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 밥솥 안에 있는 기분”…한강서 ‘땡볕 야영’ 직접 해보니

주현우 기자 2023. 8. 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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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문을 닫자 뜨거운 공기 탓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취재팀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그늘 없는 장소에 야영한 점을 고려해 한강 변에서도 그늘 없는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온도계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젤리, 초콜릿 등 '실험 도구'도 텐트 내부에 넣어뒀다.

텐트 문을 닫자 3분 만에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을 쉬는 게 버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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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땡볕 텐트 체험을 하고 있다. 열화상 카메라에 찍힌 텐트 내부 온도는 50도가 넘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텐트 문을 닫자 뜨거운 공기 탓에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 마치 거대한 압력밥솥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조금 더 있다간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마저 밀려왔다.

3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역 한강 변에 텐트를 설치했다. 당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 중인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 지목된 ‘땡볕 야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서울 낮 최고기온은 33.4도로, 새만금 잼버리가 열린 전북 군산 낮 최고기온 33.8도와 비슷했다. 취재팀은 잼버리 참가자들이 그늘 없는 장소에 야영한 점을 고려해 한강 변에서도 그늘 없는 잔디밭에 텐트를 설치했다. 폭염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디지털 온도계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젤리, 초콜릿 등 ‘실험 도구’도 텐트 내부에 넣어뒀다.

텐트 내부에 온도계를 넣어둔 지 10분 만에 온도는 42도까지 올랐다. 꽁꽁 언 아이스크림은 흘러내렸다. 50분이 지난 낮 12시 무렵이 되자 텐트 내부 온도는 무려 54.4도까지 치솟았다. 이후 디지털 온도계 3개는 모두 먹통이 됐다. 딸기 맛 아이스크림은 딸기 우유가 돼 있었고, 초콜릿과 젤리도 모두 녹아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한 텐트 내부에 놓아둔 젤리가 반죽처럼 녹아내린 모습. 이날 텐트 내부 온도는 50도 넘게 치솟았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하루 중 가장 뜨겁다던 오후 2시경 기자가 직접 텐트 내부로 들어가 봤다. 텐트 문을 닫자 3분 만에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을 쉬는 게 버거워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텐트 문을 열고 분무기로 텐트 표면에 물을 뿌렸지만 열기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면서 어지러움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5분도 버티지 못하고 텐트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후에 텐트를 그늘막 아래로 옮겨봤다. 55도에 이르던 내부 온도는 텐트를 그늘로 옮긴 지 5분 만에 46.3도로 내려갔다. 약 20분이 지나자 38도까지 떨어졌다. 더웠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그늘막이 지급됐거나 직사광선을 피해 텐트를 칠 장소가 있었다면 폭염으로 참가자들의 체력이 고갈되는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었던 셈이다.

텐트 내부 온도가 55도가 넘어가자 디지털 온도계 3개가 모두 먹통이 됐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물의 중요성도 실감했다. 기자는 이날 반나절 동안 한강 변에 머무르면서 30여 분을 제외하면 모두 그늘에 있었다. 그런데도 수시로 목이 말라 2리터짜리 생수 한 통을 다 비웠다. 하지만 더 열악한 상황에 있던 잼버리 참가자들 사이에선 생수 제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한 참가자는 “잼버리 주최 측이 물을 안 줘 아이들이 탈수 직전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물을 줘서 살았다”도 말했다.

반나절 간접 체험이었지만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극한 폭염 속 ‘땡볕 야영’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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