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초기 암 검사 확 줄었다…“말기암 환자 증가 우려”
팬데믹 첫 해 1기 암 검사 건수 60.5%↓…4기는 31.7%↓
암 진단·치료 지연에 말기암 환자 수도 증가
“암 진단 지연 시 2030년까지 추가 사망자 늘어날 것”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줄고, 의료 인력이 코로나에 집중되면서 초기 암 검사 건수가 급감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년 넘게 암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서 그만큼 암이 진행된 환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암학회(ACS)와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 연구진은 최근 미국 내 암 진단 건수가 2018년 83만명에서 2019년 85만명으로 늘어났지만,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72만명으로 15.3%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초기 암 진단은 2019년 33만6000명에서 2020년 27만8000명으로 17.3% 줄었다. 이 연구는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랜싯 온콜로지(The Lancet Onc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2018~2020년 국가 등록 데이터를 통해 팬데믹 전후 암 진단 건수를 비교하고, 암 진행 정도에 따른 건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8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는 매월 7만 건에 달했던 신규 암 진단 건수가 2020년 4월에는 3만7000건으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1기 암의 경우 진단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5%, 4기는 31.7% 감소했다.
주요 암종별로 보면 갑상선암의 2020년 신규 진단 건수는 전년 대비 21.2% 줄었다. 전립선암은 19.9%, 유방암은 1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국내에서도 나타났다. 매년 꾸준히 늘던 신규 암 환자 수가 팬데믹 첫 해인 2020년에 1만명가량 감소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총 24만7952명으로, 2019년보다 9218명(3.6%) 줄었다. 신규 암 환자 수는 고령 인구가 늘고 건강검진이 활발해지면서 2017년 23만7000명에서 2018년 24만7000명, 2019년 25만7000명 등 매년 1만명씩 증가했지만, 코로나 첫 해 줄어든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쉐송 한 ACS 보건서비스 연구소장은 “1기 암 검사 건수가 감소했다는 의미는 현재 암 발병 사실을 모른 채 암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가 많은 것”이라며 “진행 단계에서 진단된 암은 초기 단계에 발견할 때보다 더 나쁜 예후를 갖고, 생존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종별로 보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2020년 신규 진단 건수가 전년 대비 16.6% 감소했고, 유방암은 12.8%, 전립선암은 19.9% 감소했다.
특히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한 유방암의 경우 팬데믹 기간 동안 검사 수와 진단 환자 수가 모두 감소하자 유방암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된 환자 비율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 아자르-젠킨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암연구소장이자 유방암 전문의는 “이러한 추세는 2021년 유방암에서 계속 이어졌다”며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핵심인데, 초기 검사가 크게 줄면서 지난해부터 말기 유방암 환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도 팬데믹 직후 6개월 동안 유방암 진단 검사가 급격히 감소한 점을 지적했다. 릭 클라우스너 소장은 “유방암 진단 지연이 12개월 더 지속될 경우 2030년까지 유방암으로 최대 2500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됐다. 강영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유방외과 교수 연구팀이 2019~2020년 신규 유방암 환자의 임상적 단계를 비교한 결과,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9년 전체 신규 암 진단 환자의 13.2%에서 2020년 17.01%로, 4기는 2019년 4.5%에서 2020년 5.6%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 자료
The Lancet Oncology (2023), DOI: https://doi.org/10.1016/S1470-2045(23)00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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